“거위털 80% 맞아?” 패딩 직접 뜯어보는 뿔난 소비자

입력 2025-01-06 19:02 수정 2025-01-07 17:09
충전재 비율 문제가 불거진 후아유 구스 다운 점퍼 상품 페이지. 이랜드몰 홈페이지 캡처

국내 패션업계가 패딩 충전재 비율 등 제품 정보가 잘못 기재된 의류를 판매한 사실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브랜드에서도 패딩 의류 속 거위털 비율이 기재된 수치와 다르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다. 소비자들은 철저한 사전 검증 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조치에 나서는 업계 관행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계열 의류 브랜드 ‘후아유’ 구스 다운 점퍼가 상품 정보에 기재된 거위털 함유량 기준에 미치지 못해 전량 판매 중단 및 리콜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점을 발견한 것은 소비자였다. 온라인 이랜드몰에서 해당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자신의 점퍼 라벨에 덧붙여진 상품 정보 스티커를 제거해보니 사전 고지된 충전재 비율과 다른 내용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충전재 비율에 의문을 품고 고객센터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약 나흘 뒤 받은 답변은 제품 정보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업체 측이 재검사를 한 결과 거위털 비율이 당초 표기된 80%에 크게 못 미치는 30%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소비자는 “다른 거위털 패딩은 착용했을 때 솜털이나 깃털이 빠져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상품은 만졌을 때도 깃털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상담원에게 (외부기관에) 충전재 위탁 검사를 하겠다고 문의한 이후에 이같은 답변을 받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연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내용을 접한 소비자들은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사기를 치고 있는 건가”, “이젠 대기업도 못 믿겠다”며 비판했다.

이랜드월드는 조동주 대표 명의로 사과 입장문을 냈다. 조 대표는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며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전면적인 품질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인템포무드도 다운 패딩 재킷의 솜털과 깃털 혼용률이 문제돼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이 업체 역시 협력업체 측이 제공한 정보에 대해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무신사 입점 브랜드 라퍼지스토어도 덕다운 패딩 상품 등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신사는 이 브랜드 퇴점을 결정했다.

무신사는 브랜드의 정책 위반 사실을 파악한 직후부터 진행 경과부터 조치 결과를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패션업계 전반의 검증 소홀과 제품 정보 허위 표기 관행에 대한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다. 피해 사례를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선 “직접 제품을 뜯어보겠다”거나 “시험기관에 보내 검증하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업계는 사태가 다른 브랜드까지 확산할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에 엄격한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제품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