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尹 비상계엄 심각 우려… 韓 민주주의 회복 신뢰”

입력 2025-01-06 18:50 수정 2025-01-07 00:0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6일 퇴임 2주를 앞두고 한국을 고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의 친구로서 미국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물론 최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에 대해 완전히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기획재정부가 전했다. 김지훈 기자

한·미 외교수장이 한국에서 만나 탄핵 정국에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함을 재확인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미 장관급 인사가 회담한 건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우주 및 위성 기술을 공유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한·미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블링컨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한·미동맹에 어떠한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체제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공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우리의 대외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있었고 이것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었다”면서도 “동시에 대한민국에 깊은 신뢰가 생겼다. 이런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데 한국에서 긍정적인 대처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동향과 대북 정책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이 이미 러시아로부터 군사 장비와 훈련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다 첨단 우주·위성 기술까지 공유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십년간의 정책을 뒤집고 북핵을 용인할 가능성에 가까워졌다”는 언급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1000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며 “이는 북·러가 밀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보에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이 분리될 수 없다. 미국은 이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조 장관은 “어떤 도발에도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블링컨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에 앞서 최 권한대행을 예방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물론 최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며 “미국의 대한민국 방위 공약은 한치 흔들림도 없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미국이 한·미동맹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꾸준한 지지와 신뢰를 보여준 데 사의를 표한다”며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기조를 지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도 각각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도 찾았다. 우 의장은 “올해 초 미국에 국회 특별방문단을 파견해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위한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블링컨 장관에게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바이든 행정부 임기 2주를 남긴 시점에서 이뤄진 고별 회담 성격이다. 외교부는 주요국과의 외교 재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지 이동환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