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오늘은 냉수 대신 온수를 마시는 게 좋겠다’는 인공지능(AI) 알람이 뜬다. 밤새 호흡이 거칠고 마른기침을 자주한 것을 AI가 지켜보고 맞춤형 제안을 한 것이다. AI가 집 안의 온도와 습도도 평소보다 높게 알아서 조정해놨다.
한 해의 기술 청사진을 제시하는 CES의 올해 키워드는 AI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개인화된 AI’다.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 TV, 몸 상태에 따라 냉·온수를 바꿔주는 정수기 등 일상의 대변혁이 시작됐다.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AI 제품 전시를 넘어 AI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CES 무대에 섰다.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25에서 주목할 만한 신기술은 단연 AI 가전이다. 삼성전자의 ‘홈 AI’를 적용하면 모든 가전제품이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통해 사람과 연결된다. 사용자가 “유통기한 임박한 식재료 알려줘”라고 말하면 빅스비는 보관 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 조리법을 제안하고 그에 맞는 조리 기기의 온도와 시간을 설정한다. 냉장고가 내부 식재료를 스캔해 조리법을 추천하면 화면에 유튜브 영상이 재생되고, 이를 바탕으로 오븐과 인덕션은 내부 온도를 자동으로 맞춘다.
가전이 안전을 책임지는 집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는 카메라를 통해 화재·도난 여부를 감시할 수 있다. 인덕션을 끄는 것을 깜빡하면 로봇청소기가 사용자에게 다가와 알림을 주고 인덕션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집 안에 사람이 없다고 인식되면 로봇청소기가 먼지 통을 자동으로 비우거나 에어컨이 자동 건조되는 등 가전 관리 기능이 자동으로 동작한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LG 씽큐 온’은 가전제품의 AI홈 허브와 연결돼 이용자의 행동을 분석한다. AI홈 허브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로 잠을 자는 이용자의 심박수와 호흡, 기침 등을 분석해 정수기 물 온도를 온수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거실에 있는 TV는 목소리를 식별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가전을 함께 사용하더라도 이용자별로 설정과 콘텐츠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미래 AI 가전이 나아갈 방향으로 삼성전자는 ‘비전 AI’를 제시했다. 모바일에서 사용하던 검색 기능인 ‘클릭 투 서치’와 실시간 번역이 TV로 들어왔다. 취향을 반영해 이미지를 자체 제작하는 생성형 배경화면 기능도 탑재된다. 맞춤형 AI를 실현하기 위한 ‘비전 AI 컴패니언’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기능이 탑재된 TV는 사용자의 관심사와 질문을 시각화해 즉각적으로 정보를 알려준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닌, 사용자가 요청하는 콘텐츠가 즉석에서 제작되는 셈이다.
AI가 일상을 변화시키면서 보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CES에서 공개된 AI 기술은 편의성을 위해 이용자의 민감한 핵심 정보를 수집·분석한다. 예를 들어 가전 허브를 해킹하면 이용자가 주로 어떤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떤 시간대에 집을 비우고 무슨 음식을 먹는지까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 녹스 매트릭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보안 체계를 개발·적용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인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연결된 기기들이 서로의 상태를 점검하다가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감지되면 해당 기기의 연결을 끊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라스베이거스=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