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서류 작성 오류로 법원에서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오를 것이라고 통보받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하나은행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재될 것이라는 사전 통보를 받았다. 통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1금융권인 하나은행이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뜻인데,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만한 초유의 상황이다.
하지만 이 통보는 채권자인 A씨가 B법인에 대한 채무불이행 명부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실수를 저질러 발생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법인에 대한 채무불이행 신청서를 작성하는 경우 사업자등록번호는 쓰되 주민등록번호란은 비워둬야 한다. 이 같은 사실을 잘 몰랐던 A씨는 사업자등록번호란에 B법인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바로 적은 후 공란으로 둬야 할 주민등록번호란에 B법인 사업자등록번호를 재차 적으면서 하나은행 사업자등록번호를 잘못 적어냈다고 한다. 법원 관계자는 “채무불이행 명부 등재 결정은 원래 채무자 이름으로 정상적으로 됐다”라면서도 “주민등록번호가 사업자등록번호보다 우선 기재되도록 시스템이 설계돼 있어서 발생한 오류”라고 설명했다.
기업이나 개인 등 채권자가 채무불이행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 한국신용정보원 등 신용정보회사가 검토하고 채무자에게 사전 통보를 한다. 통상 이의 신청이 없으면 최종적으로 등재해 금융기관과 신용평가기관에 공유된다. 하나은행에 대한 채무불이행자 명부 신청서는 지난달 26일에 송부됐고 닷새 뒤인 31일에 말소됐다. 하나은행은 31일 이 사실을 파악한 후 곧바로 법원을 통해 채권자 A씨에게 말소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신용정보원에서 사업자등록번호 대조 작업을 거쳤으나 통상 빈칸으로 비워두는 주민등록번호까지는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슷한 해프닝을 막기 위해 등재·통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하나은행 측에 사과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