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각종 수입 먹거리와 기름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계엄 사태와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수입물가 상승이 내수 침체의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무역통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18.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5.8%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4.4%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관세청 수입 통관 자료를 토대로 바나나, 소고기, 연어 등 수입 비중이 큰 59개 농축수산물의 수입 가격 추이를 측정한다. 수입물가를 좌우하는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달러당 1393.4원 수준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1470원 선까지 치솟은 상태다.
식품 제조에 쓰이는 국제 원료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초콜릿·과자 등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 3일 t당 1만1238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평균가(4457달러) 대비 152% 뛰어올랐다. 커피 원두값(아라비카)도 이달 평균 0.45㎏당 3.23달러로 1년 전(1.87달러)보다 73% 급등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기름값도 12주 연속 오르며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첫째주(12월 29일~1월 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전주 대비 ℓ당 8.8원 오른 1671.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ℓ당 1591.3원) 이후 3개월 새 80원가량 뛰었다.
수입물가 상승에 탄핵·참사 등 정치·사회적 악재가 겹치며 가계와 기업 심리는 모두 얼어붙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국내 매출 600대 기업의 이달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84.6으로 전월보다 12.7포인트 하락했다. 고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지난달 1.9%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환율 상승 영향은 (2024년) 12월 이후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주요 수입 농축수산물 등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과 할인 지원 확대 등으로 수입물가 안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가격 급등으로 긴급할당관세를 지원 중인 커피, 코코아 등 7개 품목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정기할당관세로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