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량 부족 자인한 오락가락 공수처… 수사 제대로 되겠나

입력 2025-01-07 01:30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권한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일임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했다. 공수처는 일원적 지휘체계를 가진 국수본이 현장 체포 등 방침을 정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가 경찰이 사실상 집행 거부 의사를 밝히자 입장을 바꿨다. 내란 혐의 수사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제기되면서 공수처가 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체포영장 집행 권한은 경찰에 일임하되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은 유지하겠다고 했다. 현장 지휘체계의 통일성 등을 근거로 들며 법적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이곳저곳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 측에서 당장 “공사 중 일부를 하청 주듯 다른 기관에 일임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마저 공수처의 공문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하자 공수처는 “향후 공조수사본부 체제 하에 잘 협의해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물러섰다.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려는 공수처의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낸 점, ‘집행 지휘’라는 표현을 쓴 점 등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죄 수사를 위해 공조해야 할 기관 간 잡음만 자초한 채 웃음거리가 된 셈이다.

법적 논란과 별개로 체포영장 집행 권한 일임 시도가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책임 회피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내란 혐의를 수사할 역량이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법원이 인정해 발부한 영장에 대한 집행을 이렇게까지 막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었다”며 “영장 집행의 전문성은 공수처에 없고, 인력·장비·집행 경험은 경찰이 최고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역량 부족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 경호처가 어떻게든 영장 집행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었는데 수사 주체가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문 열어 주세요. 같이 가시죠’라고 하면 윤 대통령이 따라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는 것인가.

공수처는 아무쪼록 더 이상의 잡음 없이 수사를 진행하길 바란다. 법원이 체포영장 유효 기간을 연장해주면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와 치밀한 준비를 통해 영장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면 자칫 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공수처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