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새해 한국교회는 ‘영적 각성’ ‘돌봄과 섬김’ ‘부흥과 전도’ 등의 표어를 통해 복음의 여정에 나설 전망이다.
영적 각성을 강조한 표어를 정한 교회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를 비롯해 연동교회(김주용 목사)와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대표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표어는 ‘오직 말씀으로’다. 연동교회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를 올해 표어로 정하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 삶의 가치관을 하나님께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온누리교회는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를 신년 표어로 삼았다.
이웃 돌봄에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도 표어에 반영했다.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의 새해 표어는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우리들’이다. 허요환 목사는 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저출생으로 인한 축소사회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상실, 우울 사회의 현실을 겪고 있다”며 “‘돌봄’을 큰 주제로 교회가 이웃을 위로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이 문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주님의 사랑으로 행하라’를 푯대로 삼았으며 포항제일교회(박영호 목사)는 ‘봄·돌봄·돌아봄’이라는 표어 아래 ‘봄봄봄’을 실천하기로 했다.
부흥도 빠질 수 없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감추어진 복음의 풍성함을 누리며 전하는 교회’를 신년 표어로 택하고 부흥을 이끈다.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너는 복이 될지라’가 신년 표어인데 복의 근원으로 복음을 전파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교회들은 표어를 정하기 위해 공모전부터 당회원 투표까지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다.
경기도 안산생수교회(조원근 목사)는 지난해 9월 신년 표어 공모전을 열었다. 이후 연말에 교인 투표를 통해 결정된 표어는 35세 청년이 낸 ‘사랑으로 전도하고 세계로 나가는 교회’였다. 조원근 목사는 “중학생부터 고령의 교인까지 전 세대가 교회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고민했다”며 “이 기회를 통해 성도들이 지향하는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알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 영안장로교회(양병희 목사)는 교역자들의 의견을 모아 표어를 뽑았다. 지난해 연말 교역자들은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이루는 영안공동체’를 표어로 낙점했다. 양병희 목사는 “교역자들이 가정과 교회, 사회와 국가가 정체성을 잃은 채 살아가는 현시대의 혼돈에 공감했다”며 “이 시대 속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뜻에 집중하겠다는 공동체의 결기 어린 신앙고백을 담았다”고 전했다.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당회는 설립 80주년을 맞아 ‘은혜의 80년 이제 거룩한 땅에서 비상하라’를 표어로 정했다.
교인들이 오랜 기간 품었던 기도 제목이 표어가 된 예도 있다.
빛고을광염교회(박이삭 목사)의 새해 표어는 ‘회심의 열매를 맺는 교회’다. 박이삭 목사는 “교인 심방을 통해 청취한 기도 제목을 두고 신년 표어를 고민하며 이를 반영했다”며 “이렇게 하니 교인들이 표어를 쉽게 이해하고 삶으로 실천하려는 의지도 크다”고 밝혔다.
한국NCD교회개발원 대표 김한수 목사는 “표어는 사역의 방향을 바라보며 세우는 푯대”라고 표현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개인과 소그룹, 교회 단위의 목표와 표어를 설정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성도가 표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1년에 네 차례 이상 표어를 주제로 설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서 김동규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