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이 2024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우승을 이끌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김 감독은 박항서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베트남에 우승컵을 안긴 한국인 사령탑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은 5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태국을 3대 2로 꺾었다. 지난 3일 홈인 베트남 푸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2대 1로 이긴 베트남은 합계 5대 3으로 앞서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박 전 감독이 이끌던 2018년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로 동남아축구 정상에 섰다. 응우옌 쑤언 손은 7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5월 부임 후 처음 나선 이 대회에서 우승을 지휘하며 새 역사를 썼다. 조별리그부터 8경기 무패(7승 1무) 행진을 달려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우승 후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며 “올해 아시안컵 최종 예선과 동남아시안게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이날 후반 내내 에이스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전반 32분 간판 공격수 응우옌 쑤언 손이 다리 골절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악재를 맞았다. 그러나 위기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볼 점유율 39-61%, 유효슈팅 수 6-7로 태국에 밀렸지만, 끝까지 득점 기회를 노린 끝에 후반 추가시간 응우옌 하이롱이 장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어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소식이 들리자마자 베트남 일대는 흥분에 휩싸였다. 수도 하노이,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 중부 중심 도시 다낭 등 전국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우승 축하 물결을 만들었다. 김 감독의 대형 사진을 치켜들거나 태극기를 흔드는 팬들도 다수 포착됐다.
김 감독의 장기 집권에 발판이 놓인 셈이다. 전임 필립 트루시에 감독 체제에서 성적 부진에 시달렸던 베트남은 김 감독 지휘 아래 반등에 성공했다. 당장 박항서 감독 시절을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박 감독은 2023년까지 무려 5년 4개월간 베트남을 이끈 바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던 신태용 감독은 이날 경질됐다. 이 대회 조별리그 탈락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신 감독을 대체할 후임 사령탑으로 유럽 출신 감독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