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사모님이 “왜 저 사람은 25분을 받고 나는 15분밖에 못 받았냐”며 항의했다. 나는 침착하게 장부를 보여드리며 설명했다.
“사모님, 저분은 10만원을 주시면서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고 대신 ‘조금만 더 봐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10분을 더 봐 드렸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은 4만원을 받아 가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모님은 깜짝 놀라며 “이런 프로는 처음 본다”고 했다. 처음엔 약간 언짢아하며 기분 나빠했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사모님, 저를 냉정하다고 하지 마세요. 저 역시 사람이라 누군가 더 주면서 요청하면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당게요. 혹시 압니까. 다음 달에 사모님이 10만원을 내시면 제가 똑같이 해드릴지요.”
사모님은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다음 달이 되자 사모님은 10만원을 내셨다. 6만원짜리 레슨이 더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10만원을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모님들이 친구를 한 명씩 더 데려왔다. 레슨생은 30명에서 60명으로 늘어났다.
나는 모든 레슨생에게 똑같이 15분을 배정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연습하거나 다른 사람의 레슨을 경청할 것을 주문했다. 주말에는 더 붐볐다. 한꺼번에 100명이 몰려온 적도 있었다. 타석이 20개뿐인데 말이다. 결국 연습장 그린 한가운데에 모두를 둥글게 모아 놓고 내가 중앙에서 1시간 동안 시범을 보이며 레슨했다. 잘 치는 스윙과 못 치는 스윙, 공을 어떻게 치면 페이드·드로우로 가는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이런 레슨 방식에 항의할 법도 하지만 단 한 사람도 그러지 않았다. 평일에는 또다시 15분 개인 레슨을 진행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시골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고 또 결혼 자금도 모았다.
어느 날 손님이 나에게 “최 박사”라고 부르며 다가오셨다. 평소에 공도 잘 치고 항상 돈이 많다고 생각한 분이었다. 그분의 골프채를 차에 실으려고 트렁크를 열었는데, 그 안에 성경책 두 권과 부흥 집회 포스터가 있었다. 그제야 이분이 목사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용히 물었다. “목사님이셨습니까.”
그러자 손님은 웃으며 “맞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자연스럽게 대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은 내게 좋은 자매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그 자매가 최 박사를 간접적으로 사모하고 있다”고 하셨다. 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자매인데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 순간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