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세대 잇기

입력 2025-01-08 03:08

지금까지 우리는 모두 ‘다음세대’라는 슬로건을 강조해왔습니다. 부흥 시대에는 교회 전도대가 북을 치며 동네를 돌면 놀 곳이 없던 아이들이 자연스레 모여 여름성경학교를 열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다음세대라는 접근이 유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출산율 급감과 경제적 여유로 아이들 삶은 바빠졌고 만나기조차 어렵습니다. 게다가 부모의 허락 없이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며 믿지 않는 부모가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더 희박합니다.

다음세대를 세우는 것은 교회 안 자녀들과 함께 교회 밖 아이들을 전도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교회 안과 밖의 전도 대상자가 혼재된 상황에서 교회 밖 대상자를 중심으로 교육을 계획하고 적용한 게 실수였습니다. 산토끼를 잡으려다 정작 집토끼를 놓친 격이 됐습니다. 믿음의 자녀들에게 신앙의 깊이를 가르치지 못한 채 방치하면서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과 그분의 몸 된 교회의 본질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직자들의 자녀들조차 교회 생활을 가볍게 여기고 학업에만 몰두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결국 많은 자녀가 교회를 떠났습니다.

이제는 다음세대라는 말을 ‘세대잇기’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교회가 신앙의 세대를 이어가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입니다. 세대잇기란 모든 성도가 자녀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이를 자녀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를 ‘교회 공동 육아’라고 부릅니다. 자녀들에게 신앙의 깊이를 전하고 생활 속에서 신앙을 가르치며 적용하도록 돕습니다.

말씀과 함께 자란 아이들은 어디서든 빛나는 존재가 됩니다. 성경의 약속이 이를 보증합니다. 교회 밖에서 자녀 양육에 지친 어머니들이 이런 아이들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전도를 해왔으며 지금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부모들이 교회를 찾고 있습니다.

세대잇기는 전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작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이 계신 곳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들었다고 기록합니다. 이것이 교회의 본래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가르치고 그분을 모시고 살도록 하면, 교회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가득 찹니다. 주일학교가 사라지는 시대에도 세대잇기는 가능합니다. 교회 안에 있는 자녀들을 먼저 소중히 키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말씀 훈련과 적용 중심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며, 아이들과 함께 아웃리치를 떠나고 함께 자고 먹으며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도록 돕습니다. 성도들은 교회 안의 자녀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여기며 관심을 기울입니다.

좋은나무교회에서는 교회 전체가 자녀 양육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당회실 성가대실 권사실도 없습니다. 지하 본당을 제외한 1층부터 5층까지 모든 공간이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사용됩니다. 5명 당회원과 모든 성도가 한마음으로 세대잇기 사역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인 저 또한 여름마다 아이들과 함께 2~3주간 해외로 나가 아이들의 시야를 넓히고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키웁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등반이나 한겨울 지리산 천왕봉 도전을 통해 권위에 대한 순종, 동료의식, 의지력을 심어줍니다. 청소년들은 교회에서 숙박하며 신앙과 학업에 매진하고 매주 어머니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모여 자연스럽게 교회를 경험합니다.

이강우 서울 좋은나무교회 목사

◇이강우 목사는 전북대(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건축학 석사)와 합동신학대학원대 과정을 마쳤습니다. 한국건설연구원과 한국 IBM에서 근무했고 2002년부터 서울 송파구 좋은나무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