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회복이냐 추락이냐, 기로에 선 한국 경제

입력 2025-01-07 00:31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온갖 우울한 소식만 가득하고 대한민국의 경제 전망 역시 암울하기만 하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징어게임 시즌2를 봤는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황동혁 감독의 통찰력과 연출력에 다시 한번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탑골공원 노숙자에게 빵과 복권 중 양자택일하도록 만든 게임은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가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적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선택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왜 우리는 빵과 복권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더 나아가 왜 우리는 탑골공원에 누워 있는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1.9%와 2.0%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된 지금 과연 이 전망치를 달성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수출은 규모로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으나 내용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새로운 산업의 수출 품목은 줄어든 반면 일부 주력 상품 위주의 수출로만 지탱된 매우 불안정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중국 산업의 경쟁력 부상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차 잃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신정부 정책방향에 의해 대외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부각되고,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산업의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은 과거와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올해 금융 측면에서의 가장 큰 위협은 자본 유출로 볼 수 있다. 미국 신정부의 자국우선주의 정책과 글로벌경제의 경기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이유로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내 투자자들마저도 국내 주식시장이 아닌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현상으로 인해 자본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국내 자본이 유출되더라도 대외순자산 증가로 해석돼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은 위축돼 결국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하는 국내 산업의 성장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고용 위축 및 소득 감소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가 환율이라는 우리나라 통화의 상대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결국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은 어느 해보다도 어려운 딜레마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경기여건과 인플레이션 안정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당연시되고 있으나, 자본 유출과 더불어 환율 상승 위험은 기준금리를 쉽게 인하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은 2022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위협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침체기의 한·미 간 금리역전은 자본유출을 가속화해 환율 상승을 야기하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던 안일함이 결국 지금의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켰다. 지금과 같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환율 상승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보다 수월하게 인하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기에 적극적인 인상을 통해 정책적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어야 했다.

이처럼 대내외 리스크가 극대화되고 있는 새해에 과연 대한민국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대한민국 경제가 탑골공원에 누워 빵과 복권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김태봉(아주대 교수·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