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음모론 선동이 한국 정치 위기 초래”

입력 2025-01-06 00:02 수정 2025-01-06 00:15

계엄령 선포로 탄핵된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한국 정치 혼란을 놓고 외신들이 고질적인 정치 양극화와 온라인에 횡행하는 음모론 선동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공포와 음모론이 한국 정치의 위기를 부추기는 방식’이란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배후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있듯이 윤 대통령에겐 ‘태극기 부대’가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윤 대통령 수호는 종북주의자들로부터 조국을 지키는 일이라 여겨진다”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우익 유튜버들은 지난 몇번의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조작’이라 주장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중앙선관위에 군인들을 투입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런 음모론을 온라인 선동에 불과하다 여기지만, 뿌리 깊은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그들(우익 유튜버)은 지금도 혼란을 부추겨 열성적 신봉자들을 거리로 내보내고 있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 주장이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정보를 더 많이 보여줘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도록 만들 수 있는데, 한국 정치가 이같은 ‘확증 편향’ 함정에 빠져 양쪽의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란 것이다.

AFP통신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진을 친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호한 음모론’을 되뇌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로부터 탄핵된 윤 대통령을 지키라는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으로 소수의 집단이 그를 보호하러 나섰다는 것이다.

영국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한국의 현실이 소설보다 더 이상해진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회가 오랜 분열에 찢어지다가 이번에 모든 국가적 상처가 한꺼번에 분출됐다”고 주장했다. 1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이 기사에서 “한국의 모순을 이번처럼 극명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면서 “케이팝과 케이컬처로 전 세계로부터 각광받고 있지만, (한국의) 반짝이는 표면 아래에선 오래된 상처와 새로운 위기들이 사람들을 찢어놓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용산 대통령 관저 바깥에선 매일 같이 격렬한 분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체포를 둘러싸고 6시간이나 이어진 지난 주 금요일은 (한국의) 미래가 얼마나 불확실한지 일깨워줬다”고도 썼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