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압박’ 최상목 “다치는 일 없도록” 원론적 입장만

입력 2025-01-05 18:55 수정 2025-01-05 23:38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지난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과 수사 당국이 모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최 권한대행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되더라도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영장 집행 문제를 비롯한 정쟁적 사안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은 5일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기획재정부 대변인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공수처와 경호처 간 대치를 우려한 원론적인 발언이다.

최 권한대행 측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관계기관이 잘 처리하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 권한대행 측에 지난 1일에 이어 전날에도 협조를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인 임명으로 여야 모두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 상대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민감한 사안에는 직접 개입을 피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체포영장 집행 협조 지시를 내리더라도 대통령실과 경호처가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 개입의 실효가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됐을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을 향한 여야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공수처의 위법적인 체포영장 집행 과정이었고 영장 발부에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군·경이 경호처의 요청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공수처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영장 집행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하극상”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첫 심판대였던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로 여권과 척을 졌는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사태까지 겹치며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으니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수처와 야권은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것을 지시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내란 공범이 아니라면 즉각 (경호처 간부들을) 직위 해제해야 한다”고 최 권한대행에게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과 무관하게 경호처 본연의 직분은 윤 대통령 신변 보호라는 것이 대통령실과 경호처의 최종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도 경호처의 경호를 받지만 제1 경호대상인 윤 대통령에 비해 순위가 밀린다”고 말했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는 입장을 냈다.

박민지 이경원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