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간 격차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억원을 돌파했다. 소득 상·하위 10%의 보유 자산 격차도 15억원까지 벌어졌다. 소득과 자산 양극화 추세가 해마다 심화하고 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련 정책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5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득 상위 10%(10분위) 연평균 소득은 2억1051만원으로 전년(1억9747만원) 대비 6.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10% 가구의 연간 소득이 2억원을 돌파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재산소득이 전년보다 459만원(24.7%) 급증하며 소득 증가를 주도했고 근로소득(572만원·4.1%)과 사업소득(262만원·7.5%)도 나란히 늘었다.
지난해 소득 하위 10%(1분위) 가구의 연 소득도 1019만원으로 전년보다 65만원(6.8%) 늘었지만 상위 10% 가구와의 격차는 2억32만원으로 전년(1억8793만원)보다 더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평균임금 격차가 2.1배(2022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데다 고소득자는 이자와 배당수익 등 재산소득까지 불어나며 차이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위 10% 가구 격차는 소득뿐 아니라 자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소득 상위 10% 가구의 자산은 16억2895만원으로 소득 하위 10%(1억2803만원)보다 15억원 많았다. 전년(13억9736만원)보다 자산 격차가 1억원 넘게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도 극과 극을 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기업 제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14.8(2020년=100)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집계(2015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전년보다 0.9% 줄어든 98.1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기업이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을 누린 반면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 여파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