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경북 경산시의 출산 가정들은 출생 신고를 하면서 ‘아이드림 축하금’ 제목이 있는 포스터 한 장을 받는다. 유인물의 골자는 첫째 경산시로 주소지가 등록된 출생신고 가정에 출생아 1인당 20만원 지급, 둘째 축하금은 정부 및 경산시 출산장려금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 셋째 입양 가정도 지원금 수령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출생 가정에 축하금 전달하는 교회
출산 축하금을 주는 곳은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다. 교회는 초저출산 시대 교회의 역할을 ‘축복’에서 찾았다. 진심을 담아 축하하기 위해 교회는 지원금도 대면 전달을 원칙으로 한다. 김종원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사업 시행 전부터 교인들에게 ‘프로젝트의 본질은 돈보다 축하에 있다. 축하금은 우리의 축복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통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데 교회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축하금을 언제까지 몇 명에게 지원할 건지 정해야 했다. 지난해 기준 3년 연속으로 주저앉는 경산시 출생아 통계를 보면서 교회는 결론을 내렸다.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지원한다’ 같은 전제는 빼기로 했다. “생색내기로 끝내지 말고, 하려면 끝까지 하자”는 게 장로들의 중론이었다.
아이드림 재정, 마르지 않는 샘
지난해 9월 첫 축하금을 전달한 교회는 지난달 31일까지 265가정을 축복했다. 2021~2023년 경산시 연평균 출생아가 1300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넉 달간 적지 않은 출산 가정이 축하금 지원을 받은 셈이다. 지원 가정 중에서 교인들은 18가정에 불과하다. 교회의 출산 축하금 전달 소식은 지역 맘카페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교회가 4개월간 흘려보낸 예산은 6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교회는 신청자들에게 축하금과 출산 선물, 교회가 운영하는 ‘로뎀 카페 상품권’도 함께 건네고 있다. 현재 재정 규모는 처음 예상한 예산보다 많은 금액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여만인 지난해 10월부터 아이드림 축하금 재정은 고갈되긴커녕 마르지 않는 샘처럼 늘어나고 있다.
교회는 지난해 10월 가을 특별새벽기도회(특새)를 일주일 앞두고 교인들에게 목적 헌금을 제안했다. 주보엔 새벽기도회 헌금 봉투와 함께 ‘이번 새벽기도회 헌금은 아이드림 축하금을 위한 기금으로 전액 사용된다’는 내용이 실렸다. 교인들은 경산시에서 태어날 아기들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적어 십시일반 헌금에 동참했고 닷새 만에 1억원 이상이 모였다. 교인들이 작성한 축복의 메시지는 축하금과 함께 출산 가정에 전달되고 있다.
‘아이드림 챌린지’까지 확대
교인들의 후원은 특새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교인 4가정이 한 팀이 돼 축하금을 한 계좌(20만원)로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헌신은 교회 내 ‘아이드림 챌린지’까지 퍼졌다. 가정 단위로 모여 축하금을 약정한 팀만 지금까지 25팀이다.
교회에서 처음 챌린지를 시작한 장준성(55) 안수집사는 “출산을 둘러싼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약소하게나마 이바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차 가정을 이루어야 할 자녀가 넷인데 무작정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며 “아이를 가졌을 때 누릴 축복이 있다는 인식을 자녀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 안수집사는 전 교인이 챌린지에 도전한다면 이 사역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챌린지 참여팀이 1000호까지 나왔을 때 다시 1호부터 릴레이로 후원하는 방식을 진행해볼 수 있다”며 “서너 가정이 한 팀을 꾸려 1년에 한번 후원하면 큰 부담은 안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목사는 “사역을 시작할 때 몇 가정을 섬기겠다는 목표치는 없었다”면서도 “이런 추세라면 내년엔 600곳 넘는 가정에 축하금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자 수는 24만2334명으로 2023년 23만5039명보다 3.1%(7295명) 증가했다. 9년 만의 반등이다. 김 목사는 “이런 타이밍에 우리 교회가 쓰임 받을 수 있어 격려되고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소 도시 교회들, 출산 축하 해볼 만
김 목사는 중소 도시의 다른 교회들도 출산 축하 사역을 시작해 볼 만하다고 권했다. 대도시에 있는 교회들은 출산 가정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중소도시에 있는 교회들은 마음만 먹으면 출산 축하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잣돈을 마련하고 성도들이 마음을 모으면 충분히 지속 가능한 사역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목사는 아이드림 축하금 지원을 시작한 이래 애초 예상했던 추가 경상비를 교회 재정에서 지출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하면 하나님이 부어주실 뿐 아니라 성도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며 “비슷한 사역을 다짐한 교회들이 각 지역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길 바란다.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