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최상목(사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두 차례 공문을 보내 경호처의 협조를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권한대행은 경호처 측에 별다른 협조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이유 등으로 권한 행사를 주저하는 모습이지만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 절차를 돕지 않은 최 권한대행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5일 “헌법상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최 권한대행이다. 경호처에 대한 지휘나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최 권한대행에게 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저지하는 현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적법한 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마라’고 명령을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최 권한대행이) 명시적인 지시 명령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수처와 경호처가 알아서 할 문제가 아니다. (영장 집행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법적인 문제”라며 “지시를 안 하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적 이유로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 지휘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면서도 “권한대행은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했던 것처럼 경호처 지휘 역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직접 지시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처로서는 경호 대상자(윤석열 대통령)가 아닌 제3자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경호를 포기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소환 조사에 응하라고 권유하거나 공수처를 향해 방문 조사를 권유하는 식으로 의견 표명만 가능하다. 경호처를 향한 직접 지시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