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다. LCC 최초 인명 사고로 신뢰도가 하락한 데다 국제선 노선 배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릴 형편이다. 참사 책임 여부에 따라 150~180일간 운항이 정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항공은 “이달 6일부터 오는 3월 29일까지 동계기간 국내선 838편과 무안공항발 국제선 278편 등 총 1116편을 감축한다”고 5일 밝혔다. 총 1900여편에 대한 운항량 감축을 계획 중인 제주항공은 나머지 약 800편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의 논의를 거쳐 감축안을 확정·공지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측은 “비운항이 결정된 항공편은 일정 변경이나 환불 조치를 통해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운항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운항편 감축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이번 사고로 LCC 처음으로 인명 사고를 낸 항공사라는 오명을 썼다. 앞으로 고객 유치를 위해서는 운항 안전성 강화를 통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그간 LCC 1위를 유지해온 제주항공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한다. 운항편 감축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되고, 이번 사고로 노선 배분 경쟁에서도 뒤처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서 점유율 50%가 넘는 노선을 LCC에 먼저 배정할 방침이다. 그런데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제주항공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했다. 정부는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항공사를 평가해 점수에 따라 노선을 배분한다. 제주항공은 평가항목 가운데 안정성(35점)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주, 중국, 일본 등 알짜배기 노선을 놓친다면 성장 동력도 흔들리게 된다.
애초 목표로 했던 몸집 키우기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제주항공은 통합 LCC 출범에 대응해 다른 LCC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고려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운항 정지 리스크도 남아있다. 만일 항공 참사의 책임 소재가 제주항공에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정부가 운항 정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사의 고의나 중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망자와 재산상 손실에 따라 운항 정지 기간이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150일 이상, 180일 미만의 운항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