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넘어지고 메슥메슥… 어르신 약 많이 드시지는 않나요?

입력 2025-01-07 00:06
게티이미지뱅크

급속한 고령화로 각종 질병을 동시에 앓는 노인들이 늘면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무릎관절증 등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진단받고 10개 이상의 약을 2개월 넘게 복용하는 사람이 지난해 6월 기준 13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60대 이상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하루 5가지 이상이면 ‘다제 복용’, 10가지 이상이면 ‘과도한 다제 복용’으로 정의한다. 중증 복합질환자에게 꼭 필요한 ‘다제 복용’을 다 나쁘게만 볼 순 없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다제 복용이 잠재적으로 임상적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큰 ‘부적절한 처방’의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부적절한 다약제 사용 관리 기준 마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입원율은 1.32배, 응급실 방문율은 1.34배, 사망률은 1.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65~84세에서 하루 5가지 이상 약물 복용을 6개월 넘게 지속한 경우 입원과 응급실 방문,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지며 10가지 이상 약물 복용자에서는 위험성이 더 상승했다는 국내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노인들이 흔히 복용하는 약물로는 고혈압약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진통제 및 소염제, 신경안정제, 위장약 등이 있다. 많은 노인들이 다수 약물을 복용하는 데서 오는 각종 ‘의원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낙상, 감염, 메슥거림, 의식 혼미 등 노인에서 발생하는 건강상 문제 중 상당수는 다제 약물 복용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약물 부작용 위험은 고령자, 여성, 콩팥 및 간 기능 부전, 저체중군에서 더 크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6일 “다제 약물 복용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을 때 다른 병·의원에서 처방받아 복용 중인 약과 약국에서 구매해 먹고 있는 일반의약품을 담당 의사에게 꼭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주치의와 상의해 복용 약물의 적정성을 점검해 약 복용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 특정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날 때는 복용 중인 약물이 원인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강 교수는 “노년기 약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하고 복용 약물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