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외우기 힘든 이름을 가진 법이 조용히 국회를 통과했다. 줄여서 ‘돌봄 통합지원법’이라니 약칭조차 너무 길다. 이를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법은 어쩌면 국민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나 국민연금법만큼이나 중요한 법이 될 수도 있다.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이 예정된 이 법에 따라, 2026년 3월 27일부터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 그러니까 모든 시·도와 시·군·구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지역 돌봄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노인과 장애인들이 의료와 복지가 연계된 새로운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지금은 노인들은 ‘장기요양’을, 장애인들은 ‘활동 지원’이라는 서비스를 받는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들은 저하된 신체, 가사, 사회 활동 등을 보조하기 위한 복지 서비스 위주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돌봄법은 복지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를 혼합해 ‘비빔밥’을 만들어 주도록 정하고 있다. 의사가 방문 진료를 하고 간호사가 방문간호를 한다. 각종 재활 전문가가 집으로 찾아가 방문재활도 하게 된다. 서비스의 내용이 크게 다양해지고 수준이 올라간다.
한마디로 보건과 복지가 합쳐진 ‘통합 돌봄’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노인, 장애인들은 흔히 일상활동 기능이 저하되고 병에 걸리는 일이 겹치기 마련인데, 의료 전문가와 복지 전문가가 맞춤형으로 집에 찾아와 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가까운 곳에 주간보호센터가 생겨 낮 동안 각종 프로그램과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시설이나 병원에 들어가야 할 일도 줄고 가족들의 돌봄 노동과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살던 곳에서 늙어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니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좋은 일이 흥부의 박타기처럼 ‘기와집 뚝딱, 비단옷 뚝딱’ 나타날 리는 없다. 법이 되었으니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1977년 의료보험이 시작됐을 때, 당시 보건사회부는 정말 총력을 다해 준비했다. 이번에는 ‘조용히’ 만들어진 법이라 그런지 너무 ‘조용’하다.
되기는 되는 것일까. 가슴 졸여야 할 분들은 지금의 노인이 아니라 이제 중년이 된 40·50대들이다. 잘 만들어지면 노후가 편안하고, 아니면 지금처럼 현대판 고려장이다. 희망일까, 희망고문일까.
(재)돌봄과 미래 이사장·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