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촬영 중 문화재 훼손해 여론 뭇매

입력 2025-01-06 02:24
KBS 제공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경상북도 안동 병산서원에서 촬영 중 문화재를 훼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적 제260호인 병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5일까지 KBS 시청자청원 홈페이지에는 문화재 훼손 논란과 관련해 3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한 시민은 “KBS 자체적으로 법규 위반 관련자들을 엄단하고 관련 결과를 공개할 것을 청원한다”고 요구했다.

이 일은 지난 2일 한 건축가가 SNS를 통해 비판하면서 공론화됐다. 해당 건축가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병산서원에 들렀다.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중년 신사분이 항의했고,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 스태프들은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 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며 적반하장으로 성을 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튿날 경북경찰청에는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란 제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사태가 커지자 KBS는 입장문을 내고 “안동 병산서원에 드라마센터장과 책임 프로듀서를 급파해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결과 기존에 나 있던 못자국 10여 곳에 소품을 매달기 위해 새로 못을 넣어 고정하며 압력을 가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제작팀이 못을 넣었던 곳은 병산서원 만대루 기둥 보머리 8곳과 동재 보머리 2곳 등 10여 곳”이라며 “경찰 수사 및 안동시와 국가유산청 조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향후 훼손된 부분의 복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2007년에도 드라마 ‘대조영’ 촬영팀이 문경새재 제1관문과 제2관문 성벽과 기둥에 대못과 철사를 박고 촬영이 끝난 뒤에도 이를 방치해 비난받았다. 2022년 방영된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엔 중 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