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대통령 경호처

입력 2025-01-06 00:40

“차지철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깜도 안 되는 사람을 그렇게 높이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차지철이 되시지 마십쇼.”(박 의원) “전 거기 발가락에도 못 따라갑니다.”(김 장관)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박 의원과 김 장관 간 설전이다.

“민주주의 가치는 절대적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투쟁은 경무대 앞을 막아선 곽영주의 어긋난 충성심에서 비롯된 무장경찰의 발포 따위와는 비할 바 없이 숭고했습니다. 곽영주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정부·여당 관계자가 없길 기대합니다.” 4·19혁명 64주년인 지난해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표가 한 말이다.

곽영주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 지금의 대통령 경호처장 격인 경무대 경찰서장을 지낸 인물이다. 4·19혁명 때 경무대 앞 발포 사건 책임자로 1961년 12월 사형이 집행됐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실세였다. ‘각하를 지키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방에 써놨다는 그는 1979년 10·26사태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대통령 경호실은 1963년 12월에 제정된 대통령경호실법에 따라 창설됐다. 2008년 이명박정부 때 차관급인 경호처로 바뀌었다가 2013년 박근혜정부에서 장관급 경호실로 다시 환원됐다. 2017년 문재인정부 들어 차관급 경호처로 다시 힘이 빠졌다. 경호처가 주목을 받은 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초대 경호처장에 임명됐고, 경호처에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부여하도록 시행령 개정까지 시도됐다.

경호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했다. 영장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국민의 편이 아닌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전락할 경우 어떤 역사적 비극이 따르는지 되새길 때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