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를 3조원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1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계엄 사태란 돌발 악재가 불거지며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 한국 국채에 ‘셀 코리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200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을 계획한 재정 당국으로선 ‘실탄 마련’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재정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국고채(국채) 보유액은 지난달 약 3조원 감소했다. 한 달간 국채 현물을 3조원가량 팔아치운 것이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액은 약 19조원으로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마이너스로 20조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선행지표 격인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팔자’ 움직임이 거세다. 기획재정부의 국채시장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한국 국채(선물 3~30년물 기준)를 15조89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부터 18조7131억원어치를 팔았다. 2021년 9월(-21조3513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순매도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움직임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안이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국채 매도세가 장기화하면 올해 대규모 국채 발행을 계획한 재정 당국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기재부의 ‘2025년 국고채 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고채 총발행 한도는 역대 최대인 197조6000억원이다. 이 중 만기가 도래한 국채를 차환하거나 상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만기 평탄화 바이백(채권매입) 등 시장 조정용 국채 발행분(117조5000억원)을 제외한 순발행 한도만 80조원을 넘는다. 지난해 49조9000억원보다 30조1000억원 많다.
여기에 10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현실화하면 나랏빚을 늘리는 ‘적자국채’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20조원 규모의 ‘원화 외평채’까지 발행할 방침이어서 국채시장에 쏟아질 물량만 모두 2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재정 당국은 한국 국채시장의 WGBI 편입으로 국채 수요가 약 75조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압력이 큰 상황에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면 정부의 조달 비용은 더 불어날 전망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