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는데 허벅지가 남의 살처럼 둔하고 저릿저릿한 느낌이 든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증상을 ‘대퇴 이상 감각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허벅지 바깥쪽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골반 부위에서 눌려 발생한다.
대퇴 이상 감각 증후군은 흔한 질환은 아니나 노인의 경우 다른 연령대보다 발생 가능성이 크다. 노화로 골반 주위 조직이 위축되거나 신경을 압박하는 상황이 늘어나서다.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이 있는 경우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 증후군은 허벅지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골반강 안쪽에서 장골의 전상장골극이란 부위를 지나면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녔다. 해당 부위에서 신경이 눌리는 이유는 다양한데 특히 노인에게 문제 되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비만이다. 허벅지 주변 지방이 증가할수록 신경에 압박이 가해지기 쉽다. 과도한 지방은 장골의 전상장골극 부위에서 신경을 누른다. 노인 비만은 체중을 줄이기 쉽지 않아 장기적으로 신경 압박이 지속할 수 있다.
둘째는 대사성 질환이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같은 대사성 질환은 신경의 혈액 공급을 방해해 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은 특히 신경 감각에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셋째는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장시간 눕거나 앉아 있을 때 신경이 눌릴 가능성이 크다. 음주 후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신경이 눌릴 수 있다.
넷째는 압박성 부상이다. 꽉 끼는 옷을 입거나 반복적으로 특정 부위가 눌릴 경우 신경이 압박될 수 있다. 뼈와 조직이 약해진 노인은 약간의 압박에도 신경이 손상되기 쉽다.
감각 신경의 이상은 일상생활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 감각이 무뎌지거나 통증이 발생하면 걷는 데 불편을 겪고 자세 불균형으로 낙상 위험도 커진다. 노인은 신경 재생 능력이 젊은 사람보다 낮아 회복이 더딘 편이다. 이 질환을 장기간 내버려 둘 경우 신경 손상이 더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 다음의 예방 수칙을 권한다.
우선 적절한 체중 유지와 편안한 옷 입기가 필요하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눕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신경 압박을 방지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앉았다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세를 바꿔 주는 습관을 들이자. 앉거나 눕는 자세에서도 골반이나 허벅지에 압력이 가하지 않는 자세를 습관화하는 게 좋다. 엎드려 자는 자세를 피하고 쿠션을 이용해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당뇨병 등 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기저 질환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사와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
대퇴 이상 감각 증후군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원인 제거와 증상 완화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원인이 해결되면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한다면 병원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신경 압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체중 감량과 압박을 유발하는 옷을 피하는 것을 포함해 허리나 골반의 압력을 줄이는 자세 교정도 도움이 된다. 신경 회복을 돕기 위해 신경계 비타민(비타민 B군)을 복용하거나 저린 감각을 완화하는 가바펜틴 등의 약물도 사용할 수 있다. 염증이 동반된 경우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물리 치료는 직접적인 신경 회복을 돕기보다는 근육 긴장을 완화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증상 완화를 돕는다. 하지만 운동 치료만으로는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계속되면 병원에서 초음파나 MRI로 신경이 눌리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신경을 압박하는 결절이나 종양이 있으면 제거를 고려할 수 있다.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을 들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님이 허락한 회복의 힘을 믿고 평안을 갖자’는 마음을 갖는 것 또한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