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악행 옹호한 거짓 예언자
기도로 물리친 선지자 엘리야
여호와 뜻 잘못 전달한 400명
거짓 영의 꾐이라 밝힌 미가야
비상계엄 옹호 위해 동원되는
잘못된 믿음 철저히 경계해야
기도로 물리친 선지자 엘리야
여호와 뜻 잘못 전달한 400명
거짓 영의 꾐이라 밝힌 미가야
비상계엄 옹호 위해 동원되는
잘못된 믿음 철저히 경계해야
기독교인더러 귀에 익은 선지자를 몇 명 꼽으라 하면 아마도 엘리야는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어릴 때 따라 부른 찬송가에서 “주의 선지 엘리야 바람 타고 하늘에 올라가던 일을 기억합니다.”(새 199장)라는 가사는 가사 그대로 평생토록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죽지 않고 승천했다거나, 죽은 아이를 살린 이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엘리야 하면 갈멜산의 승리일 테다. 이스라엘왕 아합은 여호와 보시기에 극심한 악을 행했다. 이방 여인 이세벨을 왕비로 맞이하고는 바알신과 아세라신을 위해 제단을 쌓고 섬겼다. 여호와의 선지자들은 학살하다시피 했다. 여호와의 진노로 이스라엘에 심한 가뭄이 들자 엘리야가 등장한다. 바알의 예언자 450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400명, 도합 850명 예언자와 단기필마로 겨뤘다. 각기 제단을 쌓고 각자의 신에게 기도해 제단에 불을 붙이는 대결이었다. 엘리야는 한술 더 떠 자신이 쌓은 제단과 나뭇단에 물까지 잔뜩 부은 상태로 임했다. 그러고도 단번에 기도 응답을 받아 제단을 모조리 불태웠다. 이를 생생히 목도한 이스라엘 백성은 엘리야의 말에 따라 거짓 예언자 850명을 그 자리에서 도륙했다.
이 일화는 워낙 유명해 교회에서 중요한 기도가 절실할 때면 갈멜산 또는 엘리야의 기도를 외치며 표어를 만들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를 비롯해 여러 기독교 연합회가 공동으로 “국난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하여 엘리야의 심령으로 기도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현 시국을 논했다.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논리와 판박이다.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둥, 이번 대통령의 비상계엄 목적은 국회에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민주헌정질서를 만들어 달라는 대통령의 간절한 요청이었다는 둥, 위헌·위법을 입증하는 증거자료 하나 없이 언론 기사 몇 개를 참고 자료로 첨부해 대통령의 업무를 정지시킴은 국회의 본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둥, 공산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고 이 나라를 망치도록 방관해야 하겠냐는 둥 양식 있는 민주공화국 국민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얘기를 “엘리야의 심령” 운운하며 서슴지 않았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내 생각은 항상 여호와의 생각과 같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늘 깨어 성경을 숙독하며 나의 자아를 쳐서 복종시키는 지난한 과정이 바로 신앙 여정이다. 교회 문화에 익숙할수록 자연스레 자신을 엘리야에 투영하기 십상이지만, 내가 혹시라도 저 850명 가운데 한 명은 아닌지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바로 아합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호와의 이름으로 예언한 400여 선지자가 좋은 예다. 아합은 유대왕과 연합해 라못 땅을 빼앗으려 시리아로 쳐들어갔다. 출정하기 전 유대왕의 제안으로 선지자 400명을 모으고는 여호와의 뜻을 물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여호와께서 그 땅을 왕에게 주실 테니 쳐들어가라고 답했다. 그런데 미가야만은 여호와의 말씀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했다. 그의 말은 은유로 가득했지만, 핵심은 여호와께서는 왕을 라못으로 꾀어내 죽게 하려 한다는 폭탄선언이었다. 주님께서 왕에게 이미 재앙을 선언한 것이라 단언했다. 그러자 400명의 대표 격인 시드기야가 나서서 미가야의 뺨을 때리며 이르기를, 주님의 영이 어떻게 나를 떠나 너에게 건너가 말씀하시더냐고 일갈했다. 여호와가 허락한 거짓 영이 얼마든지 여호와의 사제들에게 들어갈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기독교인이라면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을 하더라도 혹시나 불법을 행하는 자라는 질타를 받지 않을까(마7:22-23),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해야(고전10:12-13) 한다. 기독교인은 신약의 복음으로 구원받은 자일 테다. 자아를 매일 못 박는 자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다수 기독교인의 생각과 행동은 지나치게 구약적이고 확증편향적이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도 어떻게 저런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을까.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 과반이 공산주의자란 말인가. 반란으로 집권하면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자를 위해 축복해 주고 조찬기도회에 꼬박꼬박 참석하던 교회 원로들의 흑역사가 그대로 재현 중이다.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