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한 아현감리교회(김형래 목사)는 기독교 선교 초기에 세워진 성문 밖 교회로 130년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교회는 전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형래(54) 목사는 2018년 부임 이후 전통 위에 변화를 더하며 ‘오래된 젊은 교회’로서 발돋움을 위해 뛰고 있다.
선교, 교회의 존재 이유
지난 2일 국민일보와 만난 김 목사는 아현감리교회의 비전을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교회는 2023년 선교적 삶을 실천하는 성도를 세우기 위해 4년 과정의 성경공부를 도입했다. 이 교육은 성경을 통해 모든 성도가 선교적 사명을 부여받았음을 깨닫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단기 선교학교도 수시로 개설하며 선교적 교회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김 목사는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선교적 실천의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지난해 ‘녹색교회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올해부터 주보에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 사항을 매주 게재해 성도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그는 “복음 전도와 함께 환경 보호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책임”이라며 “녹색교회를 향한 작은 실천이 성도들의 신앙과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장년 중심의 ‘아현미션’을 통해 농어촌 미자립교회도 지원한다. 성도들은 직접 예배 공간을 개보수하고 아이들을 위한 여름성경학교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교회는 스크랜턴 선교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국내 선교사 쉼터인 ‘스크랜턴하우스’를 지원한다. 교회는 쉼터의 연간 운영비를 전액 후원하며 성도들이 직접 방문해 선교사들과 교제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운다. 김 목사는 “선교를 단순한 후원이 아닌 함께 나누고 배우는 과정으로 만들고 싶다”며 “성도들이 선교의 가치를 삶에서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사회에 열린 교회
아현감리교회는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열린 교회’를 지향한다. 북아현동 6개 교회와 함께 교동협의회를 구성해 매년 가을 ‘굴레방 나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에서는 어르신 생일잔치, 사랑의 쌀 나눔, 주민 장기자랑 등이 열린다.
지난 성탄절에는 독거 어르신과 어려운 가정을 위한 사랑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지역 장애인종합복지관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하며 장애인 장학후원과 김장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교회는 지역사회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래세대를 위한 가족 공동체
아현감리교회의 또 다른 특징은 교회학교와 청장년선교회를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 통합한 점이다. 한 명의 교역자가 두 부서를 동시에 담당하며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신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목사는 “우리 교회에서 청장년 세대는 단순히 예배만 드리기 어렵다”며 “가족과 함께 교회의 사명을 경험하며 신앙 공동체로 성장하도록 독려한다”고 설명했다.
주일 오후에는 자녀들을 위한 성품학교를 열어 인성 교육을 진행한다. 자녀들이 교육받는 동안 부모는 교회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김 목사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예배하고 사역하는 경험은 신앙 교육을 넘어 교회가 하나 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아현감리교회의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다음세대와 믿음의 가문을 세우는 교회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깊이 고민했다는 그는 “믿음의 가문을 세우는 일이 곧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회학교와 청장년 사역에 집중하고 세대 간 연결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목회의 영감, 삶에서 찾다
김 목사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LG 트윈스의 오랜 팬으로 “2023년엔 팀의 우승 현장도 직관(직접 관람)했다”고 자랑했다. 김 목사는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며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신앙의 삶과 닮았다”고 표현했다.
뉴욕 양키스의 포수였던 요기 베라(1925~2015)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좋아한다고 꼽은 김 목사는 “믿음의 삶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성도들에게 강조하곤 한다”고 전했다.
그는 “설교를 할 때 성도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포츠와 영화가 그 연결고리가 될 때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바쁜 목회 일정 속에서도 사회적 흐름과 성도들의 관심사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전통은 아름다운 것
김 목사는 철저하고 투명한 행정을 통해 교회의 신뢰를 쌓는 데 힘쓴다고 했다. 매월 기획위원회, 분기별 임원회, 연말 당회 등 모든 회의에는 20~3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준비한다. 연간 사역과 행정을 총망라한 당회록은 두꺼운 책자로 제작된다.
김 목사는 기자에게 여러 권의 책자를 보여주며 “이게 다 그 증거다. 교회의 행정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성도들과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계획할지라도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며 “앞으로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