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는 군 부대와 대통령 경호처 인력 200여명이 관저 앞을 막아서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은 관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응하지 않는 것은 사법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수사팀 철수 이후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경호처의 경호가 지속되는 한 영장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호처 지휘감독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로 하여금 체포영장의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 수사팀 20여명은 오전 6시14분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출발했다. 수사팀은 오전 7시17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했다. 오전 8시2분쯤 바리케이드가 열리자 관저 경내로 진입했다. 공수처는 관저 200m 앞까지 진출한 후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했지만, 박 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근거로 불응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경호법에 따라 경호만 할 뿐 체포영장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경호처가 공수처 수사팀을 막아서며 양측이 관저 앞에서 대치했다. 공수처는 결국 충돌 우려 등을 고려해 오후 1시30분쯤 집행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공수처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계속된 대치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장 인원 안전이 우려돼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김백기 공수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저 앞을 버스나 승용차 등 10대 이상이 막은 상태였고, 경호처와 군인들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고 작은 몸싸움이 있었다”며 “경호처 인력 중 개인화기를 휴대한 일부 인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경호처장과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호처는 “공수처와 국수본이 법적 근거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경호구역과 기밀시설 출입문을 부수고,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 침입했다”며 “책임자와 관련자에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역대 모든 정부에서 그랬든 법과 원칙에 따라 경호 임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불법 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강제로 집행하려 했다”고 반발했다.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수사권 논란 해소를 위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법 집행을 가로막는 자를 즉각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대통령이 경호처를 방패 삼아 숨고 수사기관이 집행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격이 추락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이경원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