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는 3일 변론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14일 첫 정식 변론을 열기로 했다. 14일에 이어 16일, 21일, 23일과 다음 달 4일까지 한꺼번에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1월 말 설 연휴를 제외하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2회씩 변론을 여는 셈이다. 대통령 탄핵이 초래하는 정치적 혼란 등을 고려해 가급적 신속히 재판하면서도 여러 차례 변론을 통해 심도 있게 사건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이번 심판의 실체적 구도는 진보와 보수의 다툼”이라며 충분히 다툴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헌재는 신속 진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헌재는 이날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보도 중 일부와 국회 회의록 등을 증거로 채택하고, 재판부에 수사 기록을 보내달라는 국회 측 신청도 수용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소심판정에서 열린 2차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해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고립된 약자가 되는 건 처음 겪어봤다”며 “한 마디만 나가면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탄핵소추는 졸속으로 제기됐다”며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리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법은 헌재가 사건 접수 날부터 180일 이내 종국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근거로 최소 180일 재판 기간을 채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의 배경에 거대 야당의 무차별 탄핵이 있다”며 “‘줄 탄핵’ 사건에 대한 사실조사와 헌재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에 “계엄 선포 후 한 달이 지났다. 왜 선포했고, 군과 경찰을 투입한 이유는 뭔지 의견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준비기일이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 측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2차 변론준비기일에선 국회 측이 형법 위반 부분은 심판 쟁점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로 밝힌 것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국회 측은 당초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내란죄 등 ‘형법 위반’과 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표 지시 등 ‘헌법 위반’으로 구분했다.
윤 대통령 측은 “입만 열면 내란공범, 내란선동을 외쳐왔는데 막상 심판이 개시되니 빼버리자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해 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국회 측은 “내란죄가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내란죄 유무죄 판단은 형사법정에서 진행되고 거기에서 입증될 것”이라며 “여기는 헌재고,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이라고 말했다. 내란죄의 구체적인 유무죄 판단은 형사법정에서 따질 일이고, 헌법재판에서는 대통령 행위의 위헌·위법 여부만 다투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하실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