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대통령 경호처의 강력한 저지에 부딪혀 5시간30분만에 발길을 돌렸다. 수사팀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수차례 몸싸움 끝에 대통령 관저 200m 앞까지 접근했지만 200여명의 경호처 인력이 세운 ‘벽’ 앞에서 결국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경호처 인력 일부는 개인 화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은 5시간30여분 동안 긴박하게 진행됐다.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부장검사와 수사관 20명은 오전 6시14분쯤 과천정부청사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출발했다. 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린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소속 경찰 120명도 현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체포 영장 집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수사팀은 경호처가 정문 앞에 세워둔 철제 바리케이드 등에 가로막혀 있다가 오전 8시2분 정문을 통해 관저 경내에 진입했다. 공수처 20명, 경찰 80명 등 총 100여명이었다. 공수처는 오전 8시4분에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공지했다.
수사팀은 오전 9시쯤 경내에서 경호처 인력 50여명과 맞닥뜨렸다. 당시 경호차장은 “(경호처는) 경호법에 따라 경호할 뿐이고, 영장에 대한 부분은 판단이 어렵다”며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평소 관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수방사 55경비단도 수사팀을 가로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30여분 간의 실랑이와 몸싸움 끝에 ‘2차 저지선’을 돌파했다.
수사팀은 관저로 향하는 언덕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버스와 경호처,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이 막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보행로 대신 산길을 통해 진입을 재시도했다. 약 80m를 올라간 수사팀은 오전 10시10분쯤 관저 200m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이곳에는 수사팀의 2배에 해당하는 200여명의 경호원 등이 인간벽을 세우고 있었다. 당시 경호 인력 일부는 개인화기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0시10분쯤 수사팀은 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구했지만,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경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수색을 불허했다. 결국 검사 3명이 관저 철문 앞까지 갔고, 윤 대통령 측 윤갑근 김홍일 변호사가 이들을 맞았다. 변호인단은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은 위법하다”며 “조만간 선임계를 제출할테니, 추후 논의하자”고 말했다. 결국 공수처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집행 중지를 결정했다.
영장 집행 실패를 두고 공수처의 전략 부재 탓이란 비판도 나온다. 현장 투입인력은 윤 대통령 경호 인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경호 인력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겠다던 으름장도 무색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투입 인원이 너무 적은 것 아니었냐’는 질문에 “우리가 평가할 게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향후 적용할 수 있도록 채증 작업은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웅희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