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내란” vs “尹 빨리 체포”… 두쪽 난 관저 앞

입력 2025-01-03 18:58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도로에서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중지된 후 무대 위 사회자는 “수사팀이 갔다가 다시 올 수도 있다. 오늘은 여기서 죽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은 또 한 번 두 쪽으로 갈라졌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가 불발되자 “불법 체포를 시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야말로 내란 세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빠른 체포와 수사를 촉구하며 밤샘 집회에 나섰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1시30분쯤 공수처와 경찰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5시간30분 만에 중단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관저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불법체포 규탄 집회를 벌이던 이들은 공수처 철수 소식에 “우리가 이겼다” “공수처가 물러났다”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 일부는 “우리가 공수처에 단체로 쳐들어가서 다 체포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들은 공수처 수사팀이 도착하기 전부터 자리를 잡고 “불법 영장” “이재명 구속” 등을 연호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 여성 시민은 경찰을 향해 “이거 다 불법이다. 무섭지도 않나. 우리도 당신들 체포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지지자 결집을 시도했다. 오전 7시 600명에 그쳤던 윤 대통령 체포 반대 집회 참가자는 오후 2시쯤 1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윤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관저 인근 한남초교에서 보수 집회 참여자들과 말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기동대 45개 부대, 약 2700명을 현장에 투입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선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집회 참가자들은 ‘지금 당장 윤석열 체포, 구속’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하루빨리 내란수괴를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박모(42)씨는 “윤 대통령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법 위에 군림하려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부터 1박 2일 철야투쟁에 나섰다. 전국 1500여개 시민사회 단체로 꾸려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직권남용·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등 군 병력이 공수처의 관저 진입을 저지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군 병력을 사적으로 동원해 정당한 공무집행에 저항하는 것은 국헌문란”이라고 주장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