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관저를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 병력과 경호처가 막아섰다. 수사관들이 외곽 저지선을 넘어 진입했지만 겹겹이 장벽을 쌓은 군인과 경호 인력에 막혀 5시간 넘게 대치하다 결국 철수했다. 그 병력 일부는 화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의 효력이 물리력에 의해 부정된 것이다.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법치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행태의 주체가 대통령이란 사실은 충격적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을 내란 혐의 소추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른 영장 집행을 막아선 행위는 명백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나왔어야 했다. 경호원을 방패막이 삼아 관저에 숨은 모습은 비루했다. 법을 집행하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법에 저항하기를 택했다. 법치를 외치며 집권한 이가 나라의 근간인 그 가치를 헌신짝 취급했다. 체포영장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설령 그렇다 해도 법원에서 다툴 일이었고, 이미 합법적 소환에 정당한 사유 없이 네 차례나 불응한 터라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거짓말은 헤아리기 힘들 만큼 쌓여 왔다. ‘경고성 계엄’ 등 해명의 여러 논리가 신뢰를 잃더니 이제 “탄핵과 수사에 당당히 임하겠다”던 선언마저 거짓이 돼버렸다.
체포영장 발부에 윤 대통령이 택한 대응은 계엄 선포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것이었다. 극렬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저항을 독려했고, “영장 집행 수사관을 시민이 체포할 수 있다”는 궤변을 전파했다. 이는 사회 분열을 앞장서 조장하며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행태였다.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기를, 법질서의 수호자이기를 스스로 거부한 것이다. 이런 모습에 동조해 영장 집행을 비판하고 나선 국민의힘은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격을 고려해 임의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격을 지키기 위해선 법치주의와 공권력의 실추를 막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반드시 집행돼야 한다. 이는 법적 다툼의 문제가 아닌 법의 권위를 지키는 문제다. 공수처는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 경호처 지휘권을 갖고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를 적극 행사해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