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등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 계획 세부 검토도 이어갔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인 점, 관저 앞 대통령경호처 및 지지자 등과의 충돌이 우려되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공수처는 이날 “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전자공문을 최 권한대행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발송했다.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지휘 권한이 있는 최 권한대행, 비서실을 지휘하는 정 실장 등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날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최적 시점 및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법적 검토를 거듭 진행했다. 영장 기한이 오는 6일인 만큼 3일 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시기를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집행하게 되면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준비한 윤 대통령 질문지는 100페이지가 넘는데, 최근 검찰에서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피의자 신문조서를 토대로 추가 질문을 준비 중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면 정부과천청사 5동 건물 3층 영상조사실에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이 동의하면 영상 녹화 조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 조사가 이뤄질 경우 주임검사인 차정현 수사4부장검사와 이대환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수사3부장검사)이 교대로 투입된다. 이들은 평검사 1명과 함께 조사실에 들어갈 계획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체포될 경우 조사 이외 시간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체포 후 48시간 동안 윤 대통령을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공수처는 정부과천청사 출입 통제도 강화했다. 공수처는 이날 취재진에게 “3일부터 대변인실이 전날 출입관리 시스템에 등록한 인원만 출입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과 관련한 경찰과의 협의도 이어갔다. 관저 앞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일부 지지자들이 관저 앞에 드러누웠다가 경찰이 해산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관저 앞 질서 유지는 경찰 권한이고, 원활한 영장 집행을 위해 어느 수준까지 지원을 요청할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법원 영장 발부 및 경찰 동원이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신병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호처는 “적법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사실상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공수처의 영장 집행 시기가 늦춰질수록 관저 인근 시위가 격화돼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기관과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