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철봉 냄새

입력 2025-01-03 02:02

철봉에 매달린 후
손에선 오래 매달려 있으면서
안간힘을 쓴
사람의 냄새가 난다.

단단한 쇠가 조금은 사람 쪽으로 묻어온 냄새
아니면, 사람이 쇠를 비집고
그 힘으로 들어가려 한 냄새.

쇠는 제자리를 지키는 힘이고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 힘을 조금씩 얻어내려 한다.
아니다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힘과
마음껏 움직일 힘을 얻어내려 한다.

내가 가진 힘보다 더 센 힘을 잡아당기는 일은
사실, 견디는 힘이라는데
결국에는
그 물체가
없는 힘만 골라내어 구부리려 한다.

한동안 손에선
매달린 힘의 냄새가 났다.
비누로 닦으면 조금 미끄러진 냄새
그러다 다시 매달릴 수밖에 없는
냄새가 손에서 나기 시작한다.

예전엔 한동안 손에서 비린내가 났었는데
그것이 도망친 냄새인지
도망치려는, 미끄러운 냄새인지 오래 생각한 적이 있다.

제자리들은 스스로 움직일 힘을 사라진 곳인가.
끌려간 적도 없으면서
끌어들이고들 있다.

-오늘의 시인 11인 앤솔러지 시집 '지구의 간섭을 기록하네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