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에 반발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일 신년 인사차 한은 기자실을 방문해 “어려운 결정으로 이제 대외에 ‘우리 경제 운영이 정치 프로세스와 분리돼 간다’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내려고 하는데 여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국무위원)이 최 권한대행을 비난하면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겨냥한 것으로, 이들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 이후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지지 견해를 밝히며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탄핵당한 상황에서 또 탄핵이 이어지면 과연 정부가 작동할 수 있느냐”며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데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도 “(최 권한대행은)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총재가 정치 문제에 견해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는 그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곧 최 권한대행을 엄호하는 모습이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소집된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의 사의 표명을 만류했다고 밝혔고, 한은을 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을 반대했다는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평소 경제 현안을 두고 소통해온 두 수장이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도 외신 인터뷰에서 “F4는 이 총재가 취임한 뒤로 매주 만나왔다”며 “당국자 간의 협업과 조정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여·야·정 국정 협의체 가동 합의와 헌법재판관 임명 등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가 원·달러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9원 내린 1466.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