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5일째인 2일 희생자들의 마지막 흔적이 묻은 유류품이 유족에게 인계되는 절차가 시작됐다. 장례 절차에 먼저 들어간 희생자 4명의 발인식도 처음 이뤄졌다.
정부는 이날 소유자가 명확하게 확인된 유류품 200여점을 유가족에게 인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희생자 141명 중 52명의 유류품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대부분 희생자의 이름이 표시된 캐리어와 지갑, 신분증, 여권 등이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8시까지 버스를 타고 희생자 유류품이 보관된 공항 차고지로 차례차례 향했다. 유류품 보관소를 다녀온 유족들의 품에는 작은 종이박스와 봉투가 꼭 안겨 있었다. 이들이 곧장 가족이 있는 텐트로 돌아가 유류품을 바닥 중앙에 펼쳐 놓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눈물을 쏟아냈다. 어떤 유족은 곳곳이 부서진 캐리어를 큰 박스에 담아 돌아왔다. 한 유족은 “(유류품에서) 탄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부는 희생자들이 탑승 전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반환하는 절차도 3일 안내할 계획이다. 다만 휴대전화와 태블릿 등은 유족 동의하에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돌려줄 방침이다. 사고 직전 기내 상황을 알 수 있는 대화는 수사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 첫 발인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 한 장례식장에서 60대 희생자 A씨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같은 날 태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B씨(45)의 발인도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발인식에 참석한 타니 쌩랏 주한태국대사는 “화장한 재의 절반은 한국에, 나머지 절반은 태국에 모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A씨와 B씨를 포함해 희생자 4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나머지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도 속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희생자 179명 중 34명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계됐고, 이 중 14명에 대한 장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DNA 감정 결과가 확인된 57명의 희생자도 유족의 동의를 거쳐 시신을 인계할 예정이다. 다만 시신편(조각) 606개에 대한 분류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이날 의사와 의대생 전용 커뮤니티에 이번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의대생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경찰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겨냥한 악성 온라인 게시글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경찰청에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전남경찰청에서 25명 규모로 운영되던 전담 수사팀을 118명으로 대폭 늘려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각 수사팀은 참사 희생자와 관련한 명예훼손 및 모욕성 게시글, 영상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게시물 4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 사고대책본부도 허위사실 유포나 모욕 범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유족들은 정부에 희생자들의 49재까지 합동분향소를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신원 확인 이후로도 장례를 치르기까지 수습 과정이 길고 어렵다”며 “가족들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도록 전국 분향소의 운영 연장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무안=신재희 김승연 기자, 광주=김영균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