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안공항 활주로 안전구역, 지난해 2차례 ‘이용불가 판정’

입력 2025-01-03 03:12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규명 작업은 현장 조사와 항공기 블랙박스 분석이란 두 갈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무안=권현구 기자

정부가 무안국제공항 19번 활주로의 종단 안전구역을 지난해 두 차례 ‘이용불가’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구역에서 2022년 하반기 착공한 활주로 연장 공사가 진행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공사로 300m가량 줄어든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오는 4월까지 운영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일보가 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무안공항에 발효된 국토교통부 항공고시보(NOTAM) 기록을 2일 전수 분석한 결과 항공 당국은 지난해 7월 23일, 10월 21일 두 차례 19번 활주로의 종단 안전구역이 공사 중으로 이용불가하다는 내용의 NOTAM을 발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로 안전구역 확보가 되지 않고 있으니 이 구역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사고 여객기가 지난달 29일 01번 활주로 착륙에 실패한 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NOTAM은 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애 요소나 결함 사항이 발견될 때 조종사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알리는 단기성 ‘경고 메시지’다. 한국공항공사와 관련 지방항공청이 협의를 거쳐 NOTAM을 생산해 국토부에 제출하고 국토부가 이를 검토 후 전 세계 항공국에 고지한다.

NOTAM의 고지대로 19번 활주로 끝부분이 폐쇄되면 조종사는 착륙 후 활주로 끝에서 비행기를 멈추는 데 필요한 공간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활주로 안전구역은 항공기가 활주로 이탈 시 이를 제동하기 위해 조성된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공사로 인한 활주로 운영 잠정 중단은 불가피하지만 이것이 두 차례나 반복됐다는 건 참사 발생을 위한 전제조건을 갖춰가고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NOTAM 기록에 따르면 무안공항 19번 활주로는 기존 2.8㎞에서 300m 줄어든 2.5㎞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운영 예정이었다. 6개월간 짧아진 활주로에서 이착륙해야 했던 상황에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무안공항은 지난해 ‘유사시 화재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경고도 세 차례 받았다. 5월 21일과 10월 15일 그리고 참사 한 달여 전인 11월 19일이다. 국내 14개 공항 중 지난해 화재 대응 능력 미흡 고지를 받은 건 무안공항이 유일하다.

무안공항의 화재 대응 능력은 국제 기준에 비춰봐도 하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NOTAM을 보면 무안공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9등급의 화재진압서비스등급(CAT) 중 7등급으로 분류된다. 등급이 높을수록 대응 능력이 저조함을 뜻한다. 무안공항은 NOTAM 고지 기준 당시 2만3000ℓ의 물, 500㎏의 건조 화학 약제 등을 포함한 화재 진압 차량 2대만을 보유 중이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국제선 운항 재개를 계기로 관련 대응 능력을 더 키워야 했을 텐데 오히려 떨어졌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