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의 아픔… 작품으로 위로 받았으면”

입력 2025-01-06 03:07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제7회 청년작가 초대전의 여는 예배에 참석한 기독작가들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인사1010갤러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가정이 갑자기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고 둥둥 떠다니는 듯한 상황을 겪었어요. 말씀과 기도를 통해 다시 믿음의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보게 하셨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항해자가 되어주심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제 작품이 말로 다 못할 상실의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정인영 작가)

“잠시 가려진 것일 뿐 달은 언제나 변함없이 둥그렇습니다. 비록 지금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 두렵고 불안하더라도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너머에 분명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이지혜 작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1010갤러리에서 만난 청년 작가들은 작품의 경계를 넘어 소망을 전했다. 핵심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깊은 슬픔에 빠진 이들을 향한 위로와 진심 어린 응원이었다.

초대전에 전시된 정인영 작가의 작품 '소원의 항구'. 신석현 포토그래퍼

짙푸른 밤하늘과 초승달을 묘사한 캔버스 앞으로 다가서자 적외선 센서와 LED가 작동하며 은은한 빛이 보름달처럼 차올랐다. 위태롭고 가느다란 불안 속에서도 놓지 말아야 할 희망을 묘사한 이지혜 작가의 작품 ‘초승달’이다. 거친 질감이 표현된 캔버스에 찢긴 천을 붙여 작품을 선보인 손샬린 작가는 “고통과 혼란에 빠진 우리 사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길은 결국 ‘용서할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울 & 스피릿(Soul & Spirit)’을 주제로 6일까지 진행되는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회장 신미선) 제7회 청년작가 초대전에 참여한 작가들이다. 이들은 불안 위기 소멸 등의 상황 가운데서도 위로 희망 용서로의 지향을 담아낸 작품 30여점을 전시했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가 기독청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매년 마련하는 행사지만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신미선 회장은 “부족한 재정과 현실적 문제 등 초대전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공모에 참여한 청년 작가들의 열정과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시대적 아픔과 혼란이 사회를 무겁게 누르고 있을 때 이런 작품을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묵상할 기회가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기독교적 세계관이 담긴 작품은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치유와 회복을 가능하게 하고, 아픈 상처를 보듬고 함께 울며 이웃을 자기 안으로 들여오게 하는 통로를 발견하게 한다”며 “이 같은 과정이 기독 작가들의 소명이자 목적성”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