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2606억’ 제주항공, 빗발치는 환불에 진땀

입력 2025-01-02 18:52
2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권현구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권 취소가 급증하며 제주항공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개별 승객은 물론 여행사 패키지 상품 취소까지 잇따르면서 현금 유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다만 유동성 위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소비자에게 항공권을 판매하고 미리 받은 선수금은 약 2606억원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큰 규모다. 2위인 티웨이항공(1843억원)보다 41.6% 많다.

항공사의 선수금은 항공권 예약 시 구매자가 미리 결제하는 금액을 말한다. 항공권 사용 전까지는 부채로 처리되며 사용 후에는 매출로 전환된다. 항공사는 이러한 선결제를 유동성 자산으로 활용해 현금 흐름을 원활히 해왔다.

그러나 참사 이후 항공권 환불이 빗발치면서 제주항공은 대규모 현금 유출에 직면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참사 발생일인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6만8000여건에 달하는 항공권 취소가 이뤄졌다. 이후의 취소량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이 긴박하고 여력이 없어 구체적인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3월 29일 이전 출발 항공권에 대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는 ‘조건 없는 환불’을 시행해 추가 취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패키지 상품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제주항공 이용 상품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그러나 유동성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권 취소가 예전보다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일부 신규 예약도 이뤄지고 있다”며 “안전 등에 대한 투자에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운항량도 줄인다. 제주항공은 다음 주부터 3월까지 운항량을 10~15% 감축한다. 다른 항공사의 운항 빈도가 높은 노선이 주요 대상이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예약한 승객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다른 항공사가 대체 가능한 노선을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허경구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