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재계 “이재명 우클릭,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가늠자”

입력 2025-01-03 00:00

최근 재계에서 숨죽여 지켜보는 것 중 하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제 우클릭’ 강화 행보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차기 대권 시계가 한층 빨라진 이후 이 대표가 변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그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경제 정책에서는 친기업 마인드를 속속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놓고 이 대표가 반대에서 수용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원내 정책수석부대표 등 친이계 참모진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최근 이 대표는 한 차례 연기했던 상법 개정 토론회를 다시 여는 등 경제계와 소통의 접점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와 참모진의 경제 우클릭 전략상 다음 타깃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한해 주 52시간 제도 적용을 예외로 하는 조항을 반도체 특별법에 넣을지 말지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데, 수용하자는 의견이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중이다. 민주당 당론은 반대지만, 이 대표와 가까운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에 사활을 걸고 대관력을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반대파 의원 설득 작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부적절한 전문직, 관리직, 고소득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율을 적용하지 않는 미국의 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은 노동기준법을 개정해 미국과 유사한 탈시간급제를 2019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특정 직무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노사가 합의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보고 있다. 대만도 주 40시간제를 시행 중이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를 8~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의 특별법 삽입 여부가 이 대표가 정말 우클릭했는지 확인하는 리트머스 종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