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항 15곳 가운데 11곳은 2023년 적자였다.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운영·관리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지역 공항의 부실한 사업성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흑자를 낸 공항은 전국에서 4곳뿐이다. 인천국제공항이 5325억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다. 이어 제주국제공항(606억원) 김해국제공항(369억원) 김포국제공항(360억원) 순이다. 나머지 11곳은 손실을 냈다.
적자 폭이 가장 큰 곳은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무안국제공항(-253억원)이다. 양양국제공항(-211억원) 울산공항(-195억원) 여수공항(-189억원) 포항경주국제공항(-163억원) 청주국제공항(-122억원)도 1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 11곳 가운데 대구공항을 제외한 10곳은 2014년부터 10년간 흑자인 적이 없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비행기가 연간 1000번 뜨고 내릴 수 있다면 실제로 이착륙을 한 건 한 번뿐이었다는 뜻이다. 개항할 때는 연간 992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2023년 승객 수는 전망치의 2.3% 수준인 23만3337명에 그쳤다.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양양공항은 거점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코로나19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유령공항’이 됐다. 최근 가전업체 위닉스가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파라타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공항을 무작정 지은 게 이런 사태로 이어졌다고 본다. 지역 공항은 고속도로나 철도 등 다른 사회간접자본(SOC)과 달리 전액 국비로 집행한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공항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국제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용객이 적으면 공항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없을뿐더러 충분한 관리 예산을 확보하기도 힘들다. 만성적자 상황은 관제 시스템, 조류 퇴치 장비, 안전점검 인력 부족 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원은 4명에 그쳤다. 조류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 화상탐지기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양공항은 2012년 도입한 조류 퇴치 장비를 지금도 사용 중이다. 청주공항은 대부분 10년이 넘은 구형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 공항의 만성적자와 관리 부실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공항 선정이 객관적 지표보다 정치 논리로 이뤄지다 보니 대부분 경영난을 겪는 지경이 됐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