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규명 작업은 ‘현장 조사’와 ‘항공기 블랙박스 분석’이란 두 갈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운항 기록이 담긴 비행기록장치(FDR) 분석을 미국 워싱턴DC에 본부가 있는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맡으면서 2013년 아시아나항공의 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착륙 사고 이후 12년 만에 한·미 공동 사고 조사가 본격화하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먼저 FDR과 함께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음성기록장치(CVR)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는 2일 사고 브리핑에서 “당초 3일로 예상했던 CVR 음성파일 변환 작업이 이날 완료됐다”며 “음성파일 내용과 사고 자료를 비교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CVR엔 기장과 부기장 간 대화 등 조종석 음성이 2시간가량 담겨 있다.
관건은 6개월 이상으로 예상되는 FDR 분석이다. 국토부는 “일부 부품 파손을 제외하면 데이터 훼손 가능성은 외관상 낮아 보인다”면서도 “미국 이송 후 분석에 소요될 시간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TSB가 발표한 2021년 7월 트랜스에어 810편 추락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블랙박스는 사고 4개월 후 130m 깊이 바닷속에서 회수됐지만 27시간 분량의 운항 기록이 무사히 추출돼 엔진 고장, 조종사 과실 등 사고 원인이 규명됐다. 다만 FDR 분석에만 1년1개월이 소요됐다.
FDR 분석과 현장 조사 등에서 한·미 간 이견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미 합동조사단(22명)엔 사조위 12명 외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 관계자 6명도 참여한다. 피해 확대 요인으로 로컬라이저(착륙유도 안테나) 콘크리트 둔덕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 조사 방향이 기체 과실보다 공항 설비 쪽에 더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조사 당시 NTSB 측과 한국 사조위는 서로를 향해 “사고 원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해 달라”는 항의 성명을 냈다. 이에 국토부는 “FDR 분석엔 사조위 조사관들도 함께 참여한다. 편향된 결과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악의적 댓글과 허위조작 정보 등이 공유되고 있다”며 “사법 당국은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