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빠진 K-디스플레이 업계의 구세주 ‘게이밍 모니터’

입력 2025-01-03 01:21

성장이 정체된 디스플레이업계에 게이밍 모니터가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게이밍 모니터는 일반 모니터보다 고화질 그래픽을 갖는 제품으로 게임 속 빠른 화면 전환 시 콘텐츠를 부드럽고 선명하게 표현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게임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관련 산업의 규모가 수십 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게이밍 모니터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게이밍 모니터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34% 증가한 2470만대에 달한다. 2027년에는 3000만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Hz(헤르츠) 이상의 고주사율 제품 출하량이 크게 늘고 있다. 주사율은 화면이 1초에 새로고침 되는 횟수로, 200Hz는 1초에 200번씩 새로고침된다는 뜻이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1초 동안 모니터가 보여주는 이미지의 개수가 많아진다. 옴디아는 게임용 모니터 시장 주류가 240Hz 이상의 고주사율 제품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이밍 모니터가 잘나가는 배경에는 e스포츠·게임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있다. e스포츠는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프로게이머들끼리 경쟁하는 종목이다. e스포츠는 지난 2023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해 7월 e스포츠 월드컵(EWC)이 개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한 e스포츠 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e스포츠 산업 인기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현재 고사양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게임용 모니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2023년말 옴디아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3.6%, 38.1%로 두 기업을 합치면 80%가 넘는다. 3위 에이수스, 4위 델이 각각 3.8%, 3.7%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양강 업체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에 일찍 진입해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펼친 덕이다.

양사는 시장 점유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7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CES)에서 주사율 330Hz에 세계 최고 해상도 5K를 지원하는 게이밍 모니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LG전자의 게이밍기기 브랜드 ‘울트라기어’ 제품은 e스포츠 월드컵과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유럽 리그 공식 모니터로 사용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CES에서 3D 전용 안경 없이 3차원 경험을 제공하는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3D’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이밍 모니터는 일반 모니터보다 배 이상 비싸 수익성이 높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교체 수요가 많아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