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과 충돌 부추기는 윤 대통령 메시지, 매우 부적절하다

입력 2025-01-03 01:30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 도로에 누워있는 지지자들을 경찰들이 해산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관저 부근의 지지자들에게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잇달아 내면서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2일 경찰이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대통령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호처 직원과 지지자들에게 경찰의 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매우 부적절하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선동하지 말고 스스로 출두해 조사받는 게 바람직하다.

윤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경찰기동대가 직접적인 체포 및 수색에 나서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와 형사소송법, 공수처법에 위반된다”며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윤 대통령이 관저 부근 지지자들에게 A4 한 장짜리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서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난데없는 계엄 선포를 여전히 정당화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탄핵 절차를 반국가 세력의 준동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장외 충돌을 조장하는 듯한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 것은 소요의 당사자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실제 윤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SNS 등에선 과격한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탄핵 반대 유튜버들은 “휘발유가 든 드럼통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여 굴려서 하나가 폭발하면 반경 30m는 불바다가 된다”며 방어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거나 “민병대를 조직해 결사 저지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관저 앞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하던 지지자들은 모두 끌어내고 강제해산시켰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전직을 포함해 대통령이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거부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앞서 퇴임 이후 구속됐던 노태우·전두환·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 집행에는 응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고 있는 국가원수 신분인 만큼 법치주의가 정상 작동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흥분한 지지자들을 자제시키고 차분히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에 따라 법리와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