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곡부터 처음 접하는 곡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첼로가 가진 무궁무진한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의 2025년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음악가)로 선정된 첼리스트 최하영(26)이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최하영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차세대 연주자다. 올해 5회째를 맞는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는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토대로 자신만의 연주 철학과 개성을 추구하는 음악가가 1년간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최하영은 4·11월 두 차례 직접 기획한 무대를 선보인다.
상주음악가는 콘서트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음악기관이 매 시즌 작곡가나 연주자를 선정한 뒤 함께 공연을 선보이는 제도다. 음악가는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평소 하기 어려웠던 진취적인 프로그램에 나설 수 있고, 음악기관 입장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해외 클래식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상주음악가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유명 작곡가와 연주자 중에는 상주음악가 경력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실례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그동안 베를린필·드레스덴필·위그모어홀·런던 심포니·서울시향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한 바 있다. 또 한국 출신으로는 작곡가 진은숙이 2001/2002시즌 독일 베를린 도이치 교향악단을 시작으로 통영국제음악제, 필하모니 에쎈, 루체른 페스티벌 등에서 상주작곡가로 활약한 바 있다. 이어 한국 실내악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2022/2023시즌 런던 위그모어홀의 상주음악가로 활약한 데 이어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24/2025시즌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필의 상주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 상주음악가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 2005년 진은숙을 상주작곡가로 초청한 것이 처음이다. 다만 통영국제음악제가 상주음악가 제도를 정례화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상주작곡가로 진은숙과 하이너 괴벨스, 상주연주자로 소프라노 서예리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이 선정된 바 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2025년 상주연주자로 최근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함께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 상주작곡가로 덴마크 출신 한스 아브라함센을 선정했다. 올해 3월 28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해 12월 티켓 예매 시작 1분 만에 임윤찬의 리사이틀과 협연 공연 모두 매진됐다.
국내 공연장 가운데는 금호아트홀이 2013년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상주음악가로 선정한 것이 처음이다. 이후 금호아트홀은 매년 해외 콩쿠르 입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 연주자를 주로 선정하고 있다. 2025년 상주음악가는 2023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와 2024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를 석권하며 한국 실내악계 차세대 주자로 부상한 현악 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다. 아레테 콰르텟은 오는 9일 신년 음악회를 포함해 1·5·9·11월 네 차례 공연을 선보인다.
마포아트센터는 기초문화재단 공연장으로는 처음 상주음악가에 해당하는 ‘M 아티스트’를 2023년 도입했다. 거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는 음악가에게 여러 차례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3회째인 올해는 바리톤 박주성이 선정됐다. 2021년 한국인 최초로 빈 국립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로 발탁된 박주성은 현재 유럽 오페라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 바리톤으로는 처음 상주음악가가 된 박주성은 4·8·12월 세 차례의 리사이틀을 가진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018년부터 상주 음악가 프로젝트 ‘아티스트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올해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와 3·6·9·12월 네 차례 연주를 기획했다. 브랜든 최는 브랜든 최는 국내외 무대에서 클래식 색소폰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주자다. 더하우스콘서트에서 재즈나 대중음악에 사용되는 악기로 인식되던 색소폰으로 독주, 실내악, 협주곡, 즉흥연주 등 클래식 무대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매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