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남을 의미 없다”… 용산 참모 일괄 사의

입력 2025-01-02 00:00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진 전원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에 반발하며 1일 사의를 표명했다. 한덕수 전임 권한대행과는 다른 선택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길을 터줬다는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국정 혼란의 수습 책임이 있는 용산 참모진이 오히려 정치적 기반이 허약한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위력 시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실장은 “더이상 남아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2일 대통령실을 떠나겠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2일 정 실장과 함께 구체적인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참모진 틈에서는 정 실장과 행동을 함께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고위 참모진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최 권한대행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재판관 2인의 추가 임명을 일방적으로 밝힌 데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사의를 밝힌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의지를 밝히는 측면에서 일괄 사표를 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과 대통령실 참모진은 새해 첫날 일정인 국립현충원 참배 현장에서 만났다. 최 권한대행은 정 실장과 짧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최 권한대행은 정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 선별 수리를 시사했다가, 오후에 “미안하다. 사표를 반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가 “(최 권한대행은) 지금은 민생과 국정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표를 수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 설명이 정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 이후 “독단적인 결정이 이뤄지는데, 무슨 보좌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토로가 나왔다고 한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행동을 달리할 수 없고,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논의된 방침은 없다”며 “어떠한 행동이 국민들 보시기에도 좋은지 냉정하게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겠다고 밝힌 뒤 다수 국무위원이 반발하자 일부 월권이라는 견해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내가 사직하겠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의 모두발언 직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시작으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다수 국무위원 및 국무회의 배석자가 “권한대행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부적절하다”고 맞서면서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최 권한대행의 사직 언급에 김 직무대행은 곧장 “사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사직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이경원 박민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