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중심에 두고 읽은 로마서 8장

입력 2025-01-03 03:06

영국 신학자 NT 라이트가 최근 주야장천 강조하는 건 제발 ‘예수 믿고 천국 간다는 소리 말라’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큰 그림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의 큰 그림이 담긴 이 책은 어렵지 않은 필체로 로마서 8장을 신학적으로 해설했다.

로마서 8장을 중심으로 한 로마서 독법을 설명하기 위해 라이트는 먼저 ‘로마서 8장의 절정 구절’인 29~30절을 언급한다. 보통 조직신학에서 ‘구원의 서정’(ordo salutis) 핵심 본문으로 널리 알려진 구절로 ‘소명→중생→신앙→회개→칭의→입양→성화→견인→영화’의 순서를 이룬다. 이에 따르면 해당 본문은 개인적 구원의 여정으로 읽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라이트는 “정말 그럴까”라며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자문자답한다. 신자 개인의 구원 서정이 아닌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구절의 마지막 단어인 “…영화롭게 하셨느니라”(30절)를 개인이 영화롭게 돼 천국 간다는 말로 이해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영화롭게 했다는 의미는 ‘하나님의 백성이 영원한 안전 상태에 이른다’는 게 라이트의 설명이다. 즉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해 새로운 창조세계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 참 인간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갖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죄와 죽음에서 인간을 구출하려는 건 이들을 ‘새 창조’ 안에 있게 하려는 ‘우주적 구원 경륜(經綸)’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로마서 저자인 바울에게 있어 이스라엘 이야기는 곧 온 세상의 이야기였고 이는 ‘새 하늘과 새 땅’ 이야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로마서 8장은 이런 하나님의 광대한 구원 경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로마서의 심장’이란 별칭을 얻었다.

먼저 원서로 이 책을 접했다.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웅장해졌다. 인간 중심적 읽기에서 하나님 중심적 읽기로 전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구원은 개인적 신앙 문제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전개되는 대하 드라마에 귀를 기울이라. 우리의 주님이자 메시아(그리스도)인 예수를 구원사의 중심에 두고 신·구약 전반으로 확장하는 성경 읽기를 요구한다. 읽기 편하고, 쉽게 풀어 쓴 ‘복음의 진액’(津液)이다.

류호준 목사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