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사고 현장 처음 찾은 유족들… 활주로엔 통곡소리만

입력 2025-01-02 00:00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전남 무안국제공항 앞에 1일 시민들이 조문하기 위해 길게 줄 지어 서 있다. 이날 참사 유가족들은 처음으로 사고 현장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무안=권현구 기자

새해 첫날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은 처음으로 사고 현장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무안국제공항 내 합동분향소는 새해 해돋이 대신 추모를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사고 4일째인 1일 희생자 179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됐다.

유족들은 1일 오전 11시부터 사고 비행기 잔해가 있는 활주로에서 새해를 맞았다. 2시간여 동안 10분 간격으로 희생자 1명당 유족 최대 4명을 태운 버스 16대가 공항과 사고 현장을 오갔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 앞에서 과일과 떡국 등 음식을 마련해놓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고 비행기를 가까이 본 유족들은 비통한 감정을 누르지 못했다. 버스에서 내리며 현장을 처음 마주한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의 “아이고” “어떡해” 하는 통곡이 적막했던 활주로에 울려 퍼졌다. 토해내듯 오열하는 유족들 앞에 꼬리 부분만 겨우 형체를 유지한 비행기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날개 쪽은 겉면이 모두 녹아 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유족들은 흰색 단상에 꽃을 올리거나 묵념하면서도 절규했다. 현장 곳곳에서 “우리 아들 사랑한다” “엄마, 엄마, 사랑한다고 더 말해줄걸”이라며 통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추모를 마친 일부 유족은 울다 쓰러져 119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번 참사로 동생을 잃은 A씨는 “우리 가족의 시간은 (참사가 발생한) 그날에 멈춰 있다”며 “새해라는 감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참사 희생자 전원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는 마무리됐다. 다만 시신 훼손이 심각해 시신 인도를 위해 수습 당국의 추가적인 DNA 검사와 검시·검안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전날 DNA가 최종 확인된 32명에 이어 이날 44명도 가족 동의가 있으면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총 21명의 시신이 유족 품으로 돌아갔으며, 시신을 인도받은 유족들은 장례 절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공항 외부까지 1㎞ 넘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무안군청은 “공항 분향소에 많은 추모객이 몰려 혼잡하니 무안스포츠파크 분향소로 가 달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회원 30여명도 이날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공항 계단 난간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유족·추모객들의 메모지와 손편지가 빼곡하게 붙었다. 유족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한 메모지에는 ‘엄마 몫까지 잘 살 테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라고 적혀 있었다. 아들로 보이는 유족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 계속 나 지켜봐 줘. 사랑해’라고 적은 편지를 남겼다. 다른 손편지에는 ‘부디 그곳은 마지막인 여행처럼 행복하시길’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안=신재희 김승연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