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사의·사퇴 요구… 최 대행 공격나선 與

입력 2025-01-01 18:52 수정 2025-01-02 00:0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전 발언을 하고 있다. 김포=김지훈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겠다고 밝힌 뒤 다수 국무위원이 반발하자 “내가 사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에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사직은 당연한 것”이라며 “나도 사직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참모진 전원도 이날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추가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야권의 탄핵소추로 멈춰섰다면 임명을 강행한 최 권한대행 체제는 여권 내 반발이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최 권한대행이 31일 국무회의에서 “재판관 임명을 결정했다”고 모두발언을 통해 밝히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시작으로 김 직무대행,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다수 국무위원 및 국무회의 참석자가 “권한대행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부적절하다”고 맞섰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회의가 시작된 뒤에야 최 권한대행 결정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관련 발언 대목은 참모들이 마련했던 초안과는 달랐다.

일부 국무회의 참석자는 재판관 임명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에게 권한을 벗어난 행위라는 주장도 폈다고 한다. 최 권한대행은 일부 월권이라는 견해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내가 사직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때 김 직무대행은 곧장 “사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사직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한 국무회의 참석자는 “언성이 높아졌고 화를 낸 이들도 있었다”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기획재정부 측은 최 권한대행의 사직 발언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국무회의 이후 최 권한대행에게 재차 사의를 표명했다. 여권은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할 때가 그보다 다수 재판관인 경우보다 기각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국무총리는 탄핵소추까지도 감수하며 신중론을 폈는데, ‘대행의 대행’이 왜 권한 밖의 일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국정 혼란을 초래한 대통령의 탄핵심판 관련 유불리를 따지며 ‘위력 시위’ 할 때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지금은 민생과 국정 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할 계획은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에서 “대통령실과 정부 인사들의 집단 행패는 내란 세력과 한통속임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여당 상임고문을 지낸 한 원로 정치인은 “고위 공직자들의 자리가 진영 논리에 몰입돼 판단해야 하는 자리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혼란기에 대립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박민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