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서울 한 재래시장으로 돌진한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과거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운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운전자의 치매 진단 전력 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1명이 사고 5시간 만에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지난 31일 차량 돌진사고를 낸 운전자 김모(74)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고 당시 약을 복용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최근에는 치매 관련 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지 않았다. 진단 이후 치료 경과 등을 조사 중”이라며 “김씨는 1종 보통면허 보유자로 2022년 9월 적성검사 후 면허를 갱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40대 A씨가 사고 당일 오후 9시46분쯤 사망하면서 김씨는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상 혐의를 받게 됐다. A씨는 목동깨비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서 10년 전부터 일했다. 시장 상인들은 “성실하게 일만 하던 사람”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그 밖에 중상자 3명과 경상자 9명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김씨는 사고 당일 오후 3시53분쯤 검은색 에쿠스를 몰고 양천구 양동중학교 방면에서 등촌로 방향으로 주행하던 중 앞서가던 버스를 앞지르려고 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 차량은 시장으로 진입해 약 40m 돌진하면서 행인, 상인들과 상점을 들이받고 멈춰섰다. 충돌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70~80㎞였고, 버스 추월 시엔 시속 70㎞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씨가 운전한 차량은 2007년식 검은색 에쿠스였다.
경찰은 현장 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수사 중이다. 김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이 걱정돼 오랜만에 끌고 나왔다”며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자세한 과정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씨는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진행한 음주, 약물 검사에서 김씨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목격한 한 상인은 “운전자 김씨가 (사고 직후) 오히려 나에게 ‘무슨 일 있느냐’고 되물으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며 “김씨는 본인이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치매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해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치매에 사용하는 약물은 일반적으로 운전 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또 사람마다 치매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정도의 차이도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치매 진단을 운전을 금지해야 할 사유로 보진 않는다고 이 이사는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미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예솔 김용현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