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원인 규명의 핵심인 항공기 비행기록장치(FDR)를 미국에서 분석하기로 1일 결정했다. 사고 충격으로 일부 부품이 파손돼 데이터 추출 등의 분석이 국내에선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FDR과 함께 블랙박스 구성 요소인 음성기록장치(CVR)는 자료 추출을 마치고 3일까지 이틀간 음성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 브리핑에서 “FDR은 커넥터가 파손돼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협조해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커넥터는 FDR에 띠 형태로 설치된 장비로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 역할을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하는 것이 신속한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조종사 간 대화,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등이 담긴 CVR의 공개 여부에 대해선 “조사 과정에 매우 중요한 자료인 만큼 (대화 내용이) 노출될 경우 공정하고 객관적 조사 진행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토부는 사고기가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에서 역방향으로 2차 착륙을 시도했던 것에 대해 “관제사와 조종사가 서로 합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오전 8시54분 활주로 01방향으로 최초 착륙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8시59분 ‘메이데이(조난)’ 선언 및 복행 통보, 9시 재접근에 이어 9시1분에 당초 착륙 방향의 역방향인 활주로 19로 재차 착륙 허가를 받았다.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조종사가 복행을 시도하며 우측으로 선회를 했고 그 과정에서 관제사가 뭔가 비정상 상황을 알고 있었다”며 “(이어 관제사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고 조종사가 그렇게 하기로 자연스러운 합의가 되며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오전 9시1분 전후로 조종사와 관제사가 서로 의도하는 바를 교신하는 시도가 있었다”며 “다만 여러 불안정한 상황에서 교신이 오갔고, 그것(교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사고 조사를 거쳐 확인될 부분”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 측 사고 조사 인원 2명이 지난 31일 추가 입국하며 한·미 합동조사팀은 총 22명으로 늘었다. 국내 사조위 12명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1명, 미 NTSB 3명, 사고 항공기 제작사 보잉 6명 등이다. 합동조사팀은 무안공항에 임시본부를 꾸리고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