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처럼 조용히…’ 차분하게 ‘푸른 뱀’의 해 맞는 유통가

입력 2025-01-02 00:31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한형 기자

유통업계가 올해는 차분한 마케팅으로 시작했다. 매년 십이간지 동물과 띠 마케팅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던 유통가는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에 맞춰 홍보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기업 총수들이 연말·연초 잇달아 배포하던 신년사도 공개하지 않거나 배포 시기를 늦추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새해를 맞아 준비했던 첫 방문 음료 제공 이벤트를 취소했다. 또 이날부터 워너브러더스사와 협업해 해리포터 관련 상품(MD) 등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국가 애도 기간을 고려해 오는 6일로 연기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엔 ‘푸른 용의 기운’을 담은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였고 매년 새해 첫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음료를 무료 제공하는 등의 신년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이밖에도 매년 떠들썩했던 유통업계에선 신년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형 유통업체나 백화점은 신년 기념 이벤트를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편의점 업계가 올해 띠인 ‘푸른 뱀’을 새겨 넣은 골드바·메달을 판매하거나 식음료 업계가 뱀 캐릭터를 활용한 식품을 출시한 정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해 마케팅에 쓰려고 미리 제작해놓은 상품은 폐기할 수 없어 내놓았지만 애도 분위기에 맞춰 적극적인 홍보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양한 신년 이벤트와 프로모션으로 소비 침체 늪에 빠졌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했지만 이 목표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운드다운 등 새해맞이 행사들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전날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신세계 스퀘어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5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는 열리지 않았다. 매년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던 카운트다운 행사도 취소됐다. 대신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뜻으로 타워의 모든 외관 조명을 소등하고 상부에 백색 조명을 점등했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도 퍼레이드와 불꽃놀이 등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새해 기업 총수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신년사 발표도 예년과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연말 신년사를 발표해왔던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의 신년사를 올 초 배포하기로 했다. GS리테일은 취임 첫해를 맞은 허서홍 대표의 메시지를 사내에만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해 허연수 전 대표의 신년사를 외부에 공개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신년사는 2일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의 신년사 배포 시기를 조율하다 예정대로 이날 공개했다. 정 회장은 “성장은 실천에서 시작되고 다양한 협력으로 확장되며 서로의 공감으로 완성되듯 서로를 믿고 도우면서 함께 변화의 파고에 맞서 힘차게 나아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일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시무식을 열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